“불법조업 어선 경비” 소말리아 해적 업종전환?
입력 2013-07-26 18:23
소말리아 해적들이 강도짓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든 모양이다. 외국 선박 납치에 번번이 실패하자 돈을 받고 불법 어선을 보호해주는 쪽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유엔 감시단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선 움직임을 전했다고 AP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선박 경비와 해군 순찰이 강화되면서 해적들의 약탈 성공률은 지난해 급감했다. 매년 닥치는 대로 배를 납치해 선원 수백명을 인질로 돈을 강탈해온 해적들로서는 밥줄이 끊길 처지에 놓인 셈이다.
이들이 궁리 끝에 개발한 새 돈벌이 중 하나가 불법 어선 보호다. 허가받지 않은 배들이 소말리아 해역에서 무사히 고기를 잡아갈 수 있도록 총을 들고 지켜주는 방식이다.
소말리아 북동부 푼틀랜드 해역에서 불법 조업하는 어선은 이란과 예멘 국적이 각각 180척, 300척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소말리아 당국은 중국 대만 한국 유럽 등의 어선도 일부 불법 조업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해적 선장들이 자국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예멘, 이란 등지의 사업가들과 결탁해 불법 어선에 사설 경비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 해적 경비대는 불법 어선 근처에서 조업하는 소말리아 어부들을 향해 총을 쏴 쫓아 보낸다. 불법 어선이 바다에 그물을 펼치는 일도 도와준다. 대가로는 어획물인 참치 등을 받는다. 해적들이 원래 소말리아 연안에서 벌어지는 불법 조업과 유독성 폐기물 투기를 막기 위해 조직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금은 전혀 반대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 어선 보호는 아직 업종 전환이라기보다 병행에 가깝다. 해적질을 완전히 그만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적들의 ‘투잡’(업종 병행)은 무기와 마약 밀거래, 인신매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