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국전 참전용사 후손들 공동 회견 “한국 가서야 할아버지 희생 가치 깨달아”

입력 2013-07-26 18:23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그렇게 유명한 분인 줄 생각도 못했어요. 참전군인의 손녀라는 이유만으로 저를 환대해주는 한국인들을 보고서야 할아버지의 희생의 가치를 실감했습니다.”

세계적 다큐멘터리 잡지인 ‘내셔널 지오그래픽’ 직원인 데인 웨버(23)는 2010년 한국 보훈처 초청으로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웨버는 1951년 1월 강원도 원주 전투에서 중공군과 싸우다 오른쪽 다리와 팔을 잃은 윌리엄 웨버(국민일보 2013년 1월1일자 6면 참조) 미 예비역 대령의 손녀다.

25일(현지시간) 한국전 참전용사 디지털기념관재단(KWVDM) 주최로 워싱턴 근교 쉐라톤 펜타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그는 대를 이은 한국·한국인과의 특별한 관계를 매우 소중히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할아버지의 참전으로 인해 한국·한국인과 정서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을 갖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정말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웨버는 그러나 “한국인들이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아직도 높이 평가해주고 있는데 반해 미국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며 여전히 ‘잊혀진 전쟁’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조지아주 체로키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20대 교사 서맨사 프레이저도 한국전쟁의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미국 교육의 현실을 털어놨다. 프레이저의 할아버지인 헤럴드 메일폴스도 한국전 참전군인이다.

프레이저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 등장하는 한국전쟁 관련 부분이 고작 두 문단이다. 북한이 침략하자 미군이 들어가 이를 막았고, 다시 중공군이 내려와 싸웠다가 정전이 됐고 결국에 가서 공산주의 확산를 막아냈다는 얘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역사 교과서를 보면 2차 세계대전의 경우 15쪽에서 20쪽에 이르는 별도 장이 배정돼 있고 베트남전도 몇 쪽에 걸쳐 설명돼 있다”며 “그러나 한국전쟁 관련 부분은 너무나 작고 또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수업시간이 부족하면 한국전쟁 부분을 생략하거나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만 알려준 채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는 한국전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들이 너무 많으며 개인들의 작은 일화와 자료를 모으면 큰 역사적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레이저는 26일 KWVDM 주최로 열리는 워크숍에 참석, 미국 역사 교과서에서 한국전쟁 부분을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할아버지 앨빈 밸더스를 참전용사로 둔 20대 여대생 케빈 맥그레이스는 한국과 3대째 인연을 맺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한미군 2사단에 근무한데 이어 오빠까지 주한미군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나 정작 맥그레이스에게 6·25는 ‘물음표’다. 맥그레이스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6·25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참전했던 할아버지조차 말씀하지 않으셨다”며 “그러나 최근 정전 60주년 이벤트에 참석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