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여파… 불안한 유럽철도
입력 2013-07-27 05:19
스페인에서 고속열차 탈선사고로 80명이 숨지는 참극이 발생하면서 유럽 내 철도 안전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스페인 당국은 기관사에 대한 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나섰다. 평소 기관사가 ‘스피드’를 즐긴 것이 이번 사고와 연관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26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 지난 12일 철로 장치결함으로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해 7명이 숨진 데 이어 스페인에서도 고속열차 탈선사고로 80명이 숨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자 철도 안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럽철도청(ERA)이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는 해마다 2400건 정도의 철도사고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의 경우 모두 2042건의 철도사고가 발생해 사망자는 1183명, 부상자는 1032명이었다. 충돌과 탈선은 각각 83건, 97건으로 전체 사고의 7.7%에 불과했다. 반면 대부분은 철도건널목에서 차량(1480건)이나 사람(528건)과 충돌한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최근 사고비율은 매년 6%씩 감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유럽의 경제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경영 효율화만 강조하다 보니 안전수칙 준수가 소홀해지고 기관사에게 과중한 업무가 몰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폴란드에서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해 8명이 사망한 사건의 경우 기관사 교육 소홀이 원인으로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철도노조 관계자는 기관사가 열차 보수는 물론 표도 팔아야 하는 현실을 개탄했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ERA 안전분과장인 크리스 카는 “스페인은 철도 안전성에서 평균이상인 나라”라며 “철도는 유럽을 연결하는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페인 사법당국은 사고를 낸 기관사 프란시스코 호세 가르손(52)에 대한 본격 조사에 나섰다. 가벼운 상처만 입은 그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격리된 채 조사를 받다 전격 체포됐다. 경찰은 “가르손 기관사는 이번 사건의 원인과 관련된 범죄 용의자”라고 밝혔다. 가르손은 사고발생 지점에 진입할 당시 규정 속도인 80㎞가 아닌 시속 190㎞로 운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페인 언론은 그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열차 속도계 바늘이 시속 200㎞를 가리키는 사진과 함께 “난 지금 한계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에 근거해 ‘속도광’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인디펜던트 등은 사고원인을 섣불리 30년 경력의 기관사 개인과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곡선 구간은 자동 속도감시 장치가 작동하는 구간으로 기관사가 속도제한이나 경고를 무시하면 자동적으로 열차가 정지하거나 속도를 낮추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사고 열차는 알비아 730기종으로 최대 시속은 250㎞며 보통 220㎞로 운행한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