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민일보 내밀며 “‘돈줄’ 같은 정치적 언동 그만” 생떼
입력 2013-07-26 18:21 수정 2013-07-26 19:11
결렬된 남북 개성공단 실무회담 어떤 공방 오갔나
남북이 개성공단 당국실무회담에서 재발방지와 사태 책임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구체적인 정황이 알려졌다.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가 불가피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6일 실무회담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전날 열린 6차 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북측이 제시한 재발방지 조항에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가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북측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스크랩한 국민일보 기사(사진)를 직접 우리 측에 내밀며, ‘돈줄’을 언급했다. 국민일보 3월 29일자 1면에 보도된 “北의 두 얼굴… 돈줄 개성공단은 ‘통과’”라는 기사를 정치적 언동으로 해석한 것이다. 북측은 ‘돈줄’ 외에도 ‘밥줄’ ‘인질구출작전’ 등도 함께 거론했다.
이에 우리 측은 ‘북측 대표단 중 원용희 대표가 실세’라는 남측 기사를 인용하며 북측 주장을 반박했다. 김 단장은 “원 대표가 실세인지 박(철수) 대표단장이 실세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원 대표가 실세가 아니라고 북측에서 전하면 남측 언론도 그렇게 쓸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기사에 정부 책임이 없다는 의미다. 김 단장은 “우리 언론이 박 단장이 아침에 나오는 것 보고 힘이 없어 보여 ‘아침을 안 먹고 왔다’는 보도를 했다고 치자. 그런데 내가 아침을 먹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나. 나는 그 말을 할 당사자가 아니다. 당신이 아니라고 말하면 된다”고 쏘아붙였다는 후문이다.
북측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의 ‘개성공단 인질구출작전’ 발언을 비난한 데 대해서도 우리 측은 “우리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런 상황이 오면 우리 군은 할 준비를 해야 한다. 오히려 북측이 훈련하면서 탱크로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점령하겠다고 수차례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재발방지와 관련해 북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재발방지 보장과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정부 입장이고 분명한 원칙”이라며 “그것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상식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폐쇄 사태의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동의해야만 재가동할 수 있다는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부도 ‘중대 조치’를 또다시 언급하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전날 밝힌 대로 북한의 재발방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서는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북한이 재발방지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는 국제적인 경쟁력 있는 나름의 합리적이면서도 국제적인 관례와 규범에 맞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북측은 회담 결렬을 우리 탓으로 돌리며 비난 공세를 이어갔다. 조선중앙통신은 “남측은 공업지구 가동 중단 책임이 북측에 있다느니, 피해보상이니 뭐니 하는 심히 무례한 주장만 고집해 나섰다”며 “남측은 개성공업지구 정상화 회담을 파탄 위기에 몰아넣음으로써 초래될 모든 후과(부정적 결과)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