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버려진 영웅 500여명… 北 생존 국군포로 송환 서둘러야

입력 2013-07-26 18:17


1953년 정전 이후 60년이 지났다. 당시 유엔군사령부가 추정한 국군실종자는 8만2000여명이지만 정전협정을 통해 최종 송환된 국군포로는 8343명에 불과하다. 정전 이후 1960년대부터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미송환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요구했지만 북한 측은 ‘국군포로를 전원 송환했고, 강제 억류 중인 군국포로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국군포로들이 60년의 세월을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오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고 있다.

국군포로 문제는 1994년 조창호 소위가 탈북해오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후 1997∼2010년 국군포로 79명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돌아왔다. 그러나 2011년 이후 김모씨를 마지막으로 돌아온 국군포로는 없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나 지나 당시 포로가 된 국군장병들이 고령이 돼 몰래 국경을 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북한이 2000년 이후 이산가족 상봉자 명단 교환 과정에서 공식적으로 생사를 확인해 준 국군 포로는 19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1990년대 이후 귀환한 국군 포로와 탈북자들의 증언에 근거해 현재 북한에 있는 국군 포로를 500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6년 1월 국가정보원 등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에 1661명의 포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552명이 생존해 있고 849명이 사망했으며, 260명이 행방불명자로 파악됐다. 지난 5월 초엔 시민단체 물망초에서 국군포로명단 113명을 공개했다.

남한으로 돌아온 국군포로들은 북한에서 남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천대 받고, 굶주리는 등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2000년 이후 탈북한 한 국군포로는 “50년간 강제노동에 시달렸고 길게는 일주일 내내 굶은 적도 있다”며 “아직도 많은 국군포로가 북한 땅에서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데 국군포로 문제가 잊혀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51명이다.

이들의 평균 연령이 80세를 넘어서고 있다. 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시간이 길어야 5년 내지 10년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국군포로의 부모들은 대부분 세상을 떠났고, 형제들도 고령화돼 국군포로의 생사에 관심을 갖기 어려워졌다. 정부는 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남북 정상회담, 국방장관회담, 적십자회담 등 각종 대화 자리에서 국군포로 송환 문제를 꺼내고 있다.

그러나 북한 눈치를 보며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불만도 높다.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국군포로대책위’는 비상설기구에 불과하다. 유영복 6·25국군포로가족회 명예회장은 “국가가 군인에게 최전선에 나가 싸우라고 명령하는 것이 권리라면 이들이 포로가 됐을 때 데리고 오는 것은 책임”이라며 “그동안 우리 정부는 권리만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국군포로 문제를 국제적인 인도주의 이슈로 만들어 북한 김정은 정권을 압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한 북한 인권운동가는 “시민단체가 나서서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북한에 있는 국군 포로들이 고령이라 시간이 5∼10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성훈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포로 및 실종자의 날’의 제정을 적극 검토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군 포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민 관심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