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 등에 칼 꽂아”-“문재인 책임”… 민주 親盧-非盧 갈등 ‘점입가경’
입력 2013-07-26 17:57
민주당의 한 중도파 당직자는 26일 “우리 당은 서해 평화협력지대보다도 친노(親盧·친노무현)계와 비노(非盧)계 간에 평화협력지대를 만드는 게 더 우선”이라고 말했다. 당이 위기인 상황에서도 두 세력이 공개적으로 싸우는 모습을 꼬집은 말이다.
실제 민주당에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사태’ 대응 방식을 놓고 친노계와 비노계가 연일 부딪치고 있다. 친노계는 대화록 실종의 자초지종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새누리당에 더 세게 대응하자는 입장인 반면, 비노계는 국정 혼란을 야기한 한 축에 민주당도 있으니 이에 대해선 낮은 자세로 임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불협화음은 당 중진·원로들 간에도 번지고 있다. 친노계 정세균 상임고문은 트위터 글에서 전날 문재인 의원을 비판한 조경태 최고위원을 겨냥해 “아군 등에 칼 꽂는 사람이 국민들 등에 칼 꽂지 말라는 법 있나! 망발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만든 프레임 속에 들어가지 말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틀 전 유감표명을 했던 김한길 대표 등 지도부의 ‘저자세 대응’을 비판하는 언급이다.
그러나 비노계 원로인 정대철 상임고문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나와 “문 의원 때문에 김 대표 등 지도부와 민주당이 바보스럽게 된 건 사실이다. 문 의원이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조 최고위원에게 한방 맞은 것”이라고 했다. 김영환 의원을 비롯한 다른 비노계 인사들도 친노계가 이번에 너무 나갔다며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양측 대립은 구원(舊怨) 때문이기도 하다. 친노계는 김 대표가 최고위원이던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친노계 이해찬 대표의 발목을 여러 차례 잡은 데 대한 불만을 아직까지 삭이지 못하고 있다. 비노계는 친노계가 그동안 자기들만 옳다는 유아독존적 태도로 독주해 왔고, 이번에도 그러다 스스로 발목을 접질렸다고 보고 있다. 비노계는 이번 기회에 친노계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는 생각이 있고, 친노계는 ‘지난여름의 기억 때문에’ 김 대표의 리더십이나 대응전략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강해 보인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