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김미나] 거장 공연에 관객 배려 외면한 CJ
입력 2013-07-27 04:25
25일 팝의 거장 퀸시 존스(80)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 살아있는 전설을 보기 위해 4000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 하지만 공연 다음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는 공연에 대한 실망감을 표현하는 글이 쇄도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그가 연출·기획한 콘서트라고 하기엔 너무나 미숙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존스가 무대에서 뮤지션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들을 소개하는 시간이 많았지만 공연 주최사인 CJ E&M은 통역을 준비하지 않았다. 미리 준비했던 동영상에도 자막은 없었다. 관객들은 언제 웃어야 할지 옆 사람 눈치를 살폈다.
국내 뮤지션 타이거 JK는 대화를 나누다 즉석 통역사로 나섰다. 그는 “제가 통역사가 아니어서 서툴 수 있다”면서 존스가 자신을 향해 하는 말들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했다. 관객들은 그제야 웃음을 터트렸다. 10만원이 넘는 고가의 티켓을 구매하면서까지 거장이 만든 감동을 느끼기 원했던 관객들은 존스와 소통하기 어려웠다.
CJ 측은 또 한번 실망감을 줬다. 콘서트가 끝난 후 취재진을 패닉 상태로 만들었다. 언론사의 촬영을 금지하는 대신 현장 콘서트 사진을 배포하기로 했지만 아무런 설명도 없이 사진이 제공되지 않았다. 자정이 넘도록 관계자는 연락이 두절됐다. CJ 측은 26일 “업무에 혼선이 빚어졌다”며 “일을 맡겨뒀던 현장 담당자가 착오로 사진을 배포하지 않았다”고 간단히 해명했을 뿐이다.
이러한 진행은 ‘거장 존스의 첫 내한공연’이라는 거창한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의 팔순을 기념해 기획·연출된 공연이었기에 등장 가수들은 모두 ‘축하한다(Congratulation!)’는 말을 건네며 노래를 시작했다. 마치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누군가의 생일파티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김미나 문화생활부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