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민태원] 건보공단·심평원, 한심한 영역 다툼
입력 2013-07-27 04:27
건강보험과 관련해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두 기관의 ‘영역 다툼’이 볼썽사납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얘기다. 건보공단은 보험료 징수와 급여 관리, 심평원은 급여 청구·적절성 심사가 고유 업무다. 하지만 2000년 건강보험통합 이후 두 기관은 심사·평가 업무의 이관을 두고 끊임없이 영역 싸움을 벌여왔다.
양 기관은 최근 중복되는 ‘정책 사업’을 놓고 또 충돌했다. 심평원은 최근 열린 ‘빅데이터 활용과 미래 전략’ 세미나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질병예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과거 5년간의 건강보험 청구 자료와 기상청의 날씨 자료를 활용해 날씨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질병 예측·알림 서비스를 하겠다는 것인데,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다. 건보공단이 앞서 발표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국민건강 주의예보 서비스’와 취지 및 서비스 제공 형태가 상당 부분 닮은 것.
공단 사회보험노조는 지난 24일 “심평원의 공단 따라하기가 도를 넘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심평원 노조는 25일 “빅데이터 활용 방안은 안전행정부의 제출 요구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며 맞불을 놨다. 국민 입장에서 유행질병 예측 서비스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정부 기관 두 곳에서 나오는 비슷한 서비스는 국민 혼란만 초래할 뿐이다. 중복 투자에 예산 낭비라는 지적도 나온다.
뒤늦게 복지부가 조율에 나섰지만 아직 불씨는 남아있다. 복지부는 26일 질병 예보는 좀더 공신력 있는 질병관리본부 소관이라고 일단 선을 그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고유 업무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양 기관은 영역을 두고 싸움을 하기보다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공정한 진료비 심사 등 각자의 현안 해결에 더 신경써야 하지 않을까. 통합을 강조하는 박근혜정부에서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책임지는 두 기관은 여전히 칸막이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다.
민태원 정책기획부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