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돋보이는 까닭

입력 2013-07-26 17:30

미국과 한국의 전직 대통령을 보면 품격에서 사뭇 다르다. 퇴임 후 몸을 아끼지 않는 왕성한 활동으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전직 대통령이 많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존경은 고사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기 환자를 위해 자진 삭발한 미국의 전직 대통령만 봐도 검찰의 강도 높은 압박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과 너무 대조적이다.

‘아버지 부시’인 89세의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메인주(州) 케네벙크포트에서 휠체어에 의지한 채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두 살배기 패트릭과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이 감동적이다. 더구나 자신의 비밀경호대원 아들 패트릭과의 연대감을 표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했다니 뭉클하다. 사진 공개 직후 트위터에 유명 인사들의 경의를 표하는 글이 잇따르고 방송 등 언론은 물론 네티즌들의 찬사가 줄을 이은 것은 당연하다.

동년배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해비타트운동을 실천하고 수차례 암살 위협을 무릅쓰고 해외 분쟁지를 방문하는 등 정력적으로 활동해 주목받고 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활발한 자선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북한을 방문해 여기자 두 사람을 무사 송환시키면서도 성과를 떠벌리기보다 겸손을 내보여 존경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전직 대통령은 걱정거리다. 대표적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며 거액의 미납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 규모가 캘수록 불어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버티기로 일관하는 파렴치한 전직 대통령의 행태에 국민의 분노는 더욱 치솟고 있다.

대통령제의 역사가 일천한 우리나라에서 감동을 주는 훈훈한 활동으로 국민 대부분의 존경을 받는 전직 대통령들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까. 우리도 이제 품격있는 전직 대통령들을 모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