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전쟁] “한반도, 정전협정 넘어 평화체제로 가야” 전문가들 한목소리
입력 2013-07-26 18:08
27일로 1953년 정전(停戰)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된다. 한국군을 포함한 유엔군 18만명, 북한군 52만명, 중공군 90만명이 전사하고 우리 민간인 99만명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당하며 한반도 전역을 동족상잔의 참혹함으로 물들였던 6·25전쟁은 3년 1개월 만에 중단됐다.
당시 정전협정에 서명했거나 협상에 관여했던 그 누구도, 한국을 포함한 그 어느 나라도 정전협정체제가 이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정전협정 제60항은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보장하기 위해 남북한 쌍방 군사령관은 각국 정부에 정전협정이 조인되고 효력을 발생한 후 3개월 내에 한국으로부터의 모든 외국군 철거 및 한국 문제의 평화적 해결 등 문제들을 협의할 것을 건의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협정이 규정한 회의는 열리지 못했고 평화적인 해결도 모색되지 않았다. 대신 종전(終戰)이 아니라 전쟁이 일시 중단된 어정쩡하고 불안정한 체제가 유지돼 오고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정전체제는 그간 ‘한반도 평화관리’라는 긍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전 후 3000차례에 달하는 북한의 도발로 전쟁발발 직전까지 몰리는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따라서 보·혁을 떠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이제는 정전체제가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한 신뢰를 바탕으로 새롭게 탈바꿈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 체제는 전쟁 당사자였던 남북한이 주도하는 평화체제다.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26일 “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정전체제를 넘어 남북한 신뢰가 바탕이 된 새로운 체제로 진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종식시키지 못하고 정전협정에 의해 불안정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협정의 법적·실질적 당사국 최고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종전 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한반도에서 전쟁을 영구히 막아야 하는 평화체제는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평화체제와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체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북핵 불용과 남북한 신뢰 형성을 축으로 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국내 정치권은 물론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아직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통일로 가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전 청와대 국방보좌관)은 “정전체제가 유지된 것은 한미연합사령부를 기반으로 한 강력한 군사동맹이 있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동포의 마음을 얻는 노력을 통해 통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한반도 주변의 ‘분단 원심력’을 극복하고 통일을 향한 한반도 자체 ‘구심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