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토크] 나이보다 선입관
입력 2013-07-26 18:40
요즘 원로 배우들이 주인공인 한 연예 프로그램이 화제다.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하는 ‘꽃보다 할배’가 바로 그것. 평균 나이 76세의 할아버지 4명이 좌충우돌 배낭여행을 하는 모습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그동안 굳어져온 선입관들을 여지없이 깨뜨리고 있다.
당초 제작진이 예상한 이 프로그램의 타깃 시청자층은 중장년의 남성들. 그러나 막상 프로그램이 방영되자 방송계의 주요 시청층인 30대 여성들이 더 열광하고 있다. 이 할배들은 여행 중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들 속에서 누구보다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대개 나이보다는 잘못된 선입관에서 비롯된 것임이 밝혀졌다. 노인들은 모두 보수적이며 꿈이나 열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코넬대 칼 필머 교수팀이 5년간 1000명의 노인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노인들은 어떤 연령대보다 과감한 성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노인들이 도전을 즐기고 결단이 빠르며 자아성취 욕구가 강한 것을 보고 연구진마저 놀라고 말았다는 것.
노인들의 경우 삶이 무료해 불행할 것이라는 선입관도 실제 조사결과 전혀 달랐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행복감을 가장 크게 느끼는 연령대는 80대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이 될수록 가정과 사회에 대한 중압감이 커지면서 점차 행복감이 줄어들다가 50세 이후부터는 행복감을 느끼는 정도가 다시 커진다는 것. 죽음을 앞둔 80대에서 최고의 행복감을 느끼는 까닭은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가진 조건에서 만족을 느끼는 법을 체득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에 스트레스와 분노 등의 감정은 나이를 먹을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인들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불쾌하다고 여기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노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관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미국 필라델피아대 연구진은 젊은이와 중년층, 노인층 등 세 그룹의 연령대를 대상으로 신체 고유의 냄새만이 겨드랑이의 패드에 묻어나오게끔 했다. 그 후 건강한 남녀에게 패드 냄새를 맡게 한 결과 노인층의 패드에서 가장 불쾌감이 적은 냄새가 난다는 일치된 결론을 얻어낸 것. 실험 참가자들이 가장 격하고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지목한 것은 다름 아닌 젊은이들의 패드였다.
이성규(과학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