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서울 경전철, 정말 괜찮나

입력 2013-07-26 17:35


용인경전철(용인시), 의정부경전철(의정부시), 김해∼부산경전철(부산·김해시), 대구도시철도 3호선(대구시), 서울지하철9호선·우면산터널(서울시), 경주예술의전당(경주시), 문학·원적산·만월산터널(인천시)….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의 골머리를 썩이는 대형 토건사업들이다. 대부분 민간자본으로 추진된 사업으로 경제성 검토를 소홀히 한 채 무리하게 추진된 탓에 지자체들에 큰 재정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 4월 개통된 용인경전철이 대표적이다. 용인시는 개통 지연을 둘러싸고 경전철 사업자와 벌인 소송에서 패해 사업비 5199억원을 물어준 데 이어 손해배상금 2800억원을 더 지급해야 할 처지다. 뒤늦게 개통됐지만 첫 달 승객이 하루 평균 1만명에 불과해 만성 적자가 예상된다. 2004년 사업 추진 당시 예상한 승객은 하루 16만4000명이었다.

지난해 7월 운행을 시작한 의정부경전철도 매월 20억원의 운영적자를 내고 있다. 예상 승객은 하루 7만9049명이었지만 실제 승객은 1만1000여명에 머물고 있다.

2011년 9월 개통한 부산∼김해경전철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지난해 운영적자분 544억원을 비롯해 내년부터 18년 동안 매년 평균 1100억원을 물어줘야 한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도 감사원 감사에서 지나치게 부풀려진 수요 예측을 바탕으로 차량을 구매해 760억원의 예산을 낭비했고, 운영비도 매년 83억원이 추가로 들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주시도 경주예술의전당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관객이 당초 예상치를 훨씬 밑돌아 사업자에게 임대료와 운영비 보전금으로 20년간 매년 82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서울시는 메트로9호선에 2009년부터 매년 운영적자 수백억원을 보전해 주고 있다. 인천시도 문학·원적산·만월산터널 등 민자터널 3곳에 매년 200억원의 적자 보전금을 지급하고 있다.

과도하게 부풀린 수요 예측을 앞세워 무리하게 추진한 사업들이 애물단지가 된 사례는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감사원이나 상급 자치단체 등이 감사를 통해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고 고발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두고두고 재정 부담이 될 대형 토건사업은 아무리 신중하게 추진해도 지나치지 않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경전철 건설 계획도 그런 점에서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 이 사업은 국비와 시비, 민간사업비 등 8조5000억원을 투입해 향후 10년간 서울에 경전철 9개 노선을 신·증설하고 지하철 1개 노선을 연장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사업의 경제성을 보수적으로 재검토했고 수요 예측의 책임을 민간사업자가 지도록 하는 등의 안전장치들을 마련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불안감을 떨치기 어렵다. 다른 지자체의 실패한 사업들도 추진 당시에는 장밋빛 전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경전철이 철도 이용에 소외되어 온 주민들에게 유익한 건 분명하다. 문제는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다. ‘과학적이고 정확한 검증’을 했다고는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암초들이 불거질 수 있다. 서울은 버스 교통체계가 외곽까지 비교적 탄탄하게 구축돼 있다. 8조원이나 들여 경전철을 무더기로 건설하는 이 사업에 얼마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지 의문이다. 전임 오세훈 시장의 토건사업들을 예산낭비라고 비판했던 화살이 박원순 시장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

서울 경전철이 또 하나의 실패 사례가 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공청회나 토론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