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늘나라 호적

입력 2013-07-26 17:04


빌립보서 3장 20절

누가복음 2장 1∼3절을 보면 로마황제 가이사 아구스도가 호적을 하도록 명령을 내립니다.

“이때에 가이사 아구스도가 영을 내려 천하로 다 호적하라 하였으니…모든 사람이 호적하러 각각 고향으로 돌아가매….” ‘호적하다’는 말은 ‘등록한다’는 뜻으로 여기서 의미하는 호적은 보통 세금부과와 징병자료로 사용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나라 경우는 2008년 호적제도가 폐지되고 가족관계등록부로 바꿨습니다만 자신이나 가족 등 신분관계 등을 증명하는 공적대장은 아주 중요합니다.

남편의 계속적인 구타와 학대로 집을 나온 50대의 중년 여성을 만났습니다. 그는 10년 전 집을 나와 거처를 여기저기 옮겨다니다 보니 주민등록이 말소됐습니다. 그렇다고 집으로 되돌아 갈 형편도 안 된다기에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래서 사실 확인을 거치고 서류를 준비하여 행정기관을 통해 주민등록을 갱신하도록 했습니다. 그동안 이렇게 주민등록갱신에 도움을 드린 분만 239명입니다.

그런데 주민등록은 고사하고 성(性)과 이름조차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무호적자’입니다.

오래전에 노숙인 형제가 찾아왔는데 너무 야위었습니다. 연세는 예순이 넘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이름도 성도 없고 태어난 날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외국인도 아닙니다.

창세기 2장19절에는 “하나님께서는 천지창조 후 각종 들짐승과 새들을 지으사 아담에게 이끌어 그가 이름을 어떻게 짓나 보시려고 하셨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짐승이나 새들도 이름을 짓기도 하는데 이분은 예외였습니다.

그분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호적과 주민등록이 없다 보니 일을 해도 돈을 제대로 못 받고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불심검문을 받게 되면 상상 이상의 수모와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한국에 이런 무호적자가 1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새삼 이름과 호적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분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형제도 없이 고아로 지내다 해방과 6·25 전쟁을 경험하면서 죽을 고비만 수없이 넘겼다고 합니다.

이곳저곳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거나 파지 수거로 연명해 왔다고 합니다. 때로는 쪽방촌 주민으로, 때로는 길거리 노숙인으로 살아가면서 한 가지 소원이 생겼다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과 호적을 갖고 생일에 미역국 한 그릇이라도 먹고 죽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법원에 호적창설 재판을 청구했고, 3년 만에 이름과 성, 본, 생년월일 등을 취득하고 주민등록증까지 받아 정부 생계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아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동시에 신분, 이름, 호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사실 우리들은 주님의 은혜로 구원받아 천국 호적(시민권)을 취득하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요1:12)를 받았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든든합니까.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되는 것도 감사할 것도 없다면서 불평과 불만만 늘어가고 짙은 절망의 그림자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때 우리는 성경의 말씀대로 천국의 호적과 신분을 가진 자로서 치유를 얻고 3불(不)(불만· 불평·불신)을 이겨내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거기로부터 구원하는 자 곧 주 예수 그리스도를 기다리노니….”(빌3:20)

허기복 목사(밥상공동체복지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