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 北대표단 기자실 무단난입 “南대표단은 백수건달” 막말
입력 2013-07-25 22:14 수정 2013-07-26 00:43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제6차 남북 당국 실무회담이 끝내 결렬되자 북측 대표단이 돌발 행동을 벌였다.
종결회의가 끝난 25일 오후 5시20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13층 회담장에서 협상에 임하던 북측 수석대표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 측 기자단이 머물던 4층으로 내려갔다.
수행원 20여명을 대동하고 기자실에 들이닥친 박 부총국장은 미리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우리 측 기자단에 배포한 뒤 단상에서 이를 읽기 시작했다. 사전에 아무런 통보나 합의가 없던 행동이다. 우리 측 관계자의 기자실 도착을 지연시키기 위해 회담장인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엘리베이터 4개를 모두 막아서는 주도면밀함도 보였다. 잠시 후 기자실에 도착한 우리 측 관계자 10여명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며 제지하려 하자 북측은 “자유”라고 맞서면서 서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박 부총국장은 준비한 3쪽 분량의 기자회견문을 끝까지 읽었다. 회견문 낭독 후 박 부총국장이 퇴장하자 북측 관계자들은 배포한 회견문을 회수하려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우리 측 기자들과 충돌했다. 박 부총국장은 회담 결렬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계속 그리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10여분간 소동이 끝나고 퇴장하던 북측 관계자들은 남측 대표단을 가리켜 “백수건달들”이라며 막말을 퍼부었다. 북측 대표단은 3~4차 회담의 기본 발언과 합의서 초안, 6차 실무회담 기본 발언 등 자신들이 제작한 20여쪽 분량의 자료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회담 결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측이 우리 측 입장에 대해 일방적인 약속이나 보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걸 요구하면 개성공당 재가동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등의 비난과 위협적인 언사를 했다”고 전했다. 북측 박 부총국장이 갑자기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다. 연락관을 통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고 항의했다”고 언급했다.
북측이 신변보장 등 우리 주장을 받아들인 부분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서로 받아들인 부분이 있지만 가장 큰 쟁점은 재발방지 부분이었는데, 차이가 상당히 많았다”고 답했다.
양측 수석대표는 실무회담을 시작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 측 김 수석대표는 현 상황을 ‘산중수복(山重水複·갈 길은 먼데 길은 보이지 않고 난제가 가득한 형국)’으로 묘사했다. 그러자 박 부총국장은 “매번 회담 시작은 정말 좋은 말로 뗐는데 마무리는 좋지 않았다”며 그 이유로 ‘일관성 부족’을 꼽았다.
박 부총국장은 이어 갑자기 큰 목소리로 “‘자기 땅에 발을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 이런 입장과 자세를 가지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문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10년 4월 준공식을 한 김일성종합대 전자도서관에 보낸 ‘친필명제’의 한 대목으로, 개방과 국제화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이용됐다.
개성=공동취재단,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