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 정부, 北 재발방지 확약 없을땐 공단 장기폐쇄도 시사
입력 2013-07-25 22:15 수정 2013-07-26 00:38
잠시 동안의 대화국면으로 해결 실마리가 보였던 남북관계가 또 다시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25일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당국 실무회담이 북측의 무리한 요구로 결렬되자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장기폐쇄 불사’ 시사라는 초강수를 내놨다. 앞으로 북한이 납득할 만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을 넘어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 상봉 등 다른 사안에까지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개성공단 장기 폐쇄 현실화되나=우리 정부는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북측의 진정성이 없을 경우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개성공단 장기 폐쇄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다. 중대 결심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표현 자체가 가능한 한 명료하게, 다의적 해석이 가능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해 장기 폐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북한이 지난 4월의 일방적 폐쇄 같은 사태 재발을 막는 데 전혀 진정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박근혜정부의 기본 입장은 북한이 위협과 도발을 계속하는데도 ‘지금 이 상황’만을 타개하기 위해 협상과 지원을 지속하는 악순환을 반드시 끊겠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도 적당히 타협해 정상화시켰다가 일방적 약속 파기가 반복되는 소지를 뿌리 뽑겠다는 게 실무회담에 임하는 우리 대표단의 자세였다.
정부는 앞서 4월 25일에도 개성공단을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했고 이를 거부할 경우 중대 조치를 예고했었다. 당시 북측이 실무회담 제의를 거부하자 곧바로 다음날 우리 측 체류 인원을 전원 철수시킨 바 있다.
다만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도 여전히 문을 열어두고 있다. 실무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를 맡은 김기웅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은 브리핑에서 “북측이 ‘결렬 위기’라고 표현을 하지 결렬이나 폐쇄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회담 결렬 이후 개성공단에 군대가 다시 주둔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이미 2월에 발표한 것의 연장선으로, 회담이 결렬되거나 공단이 폐쇄될 경우 등 전제가 붙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식 재발방지 대책은 ‘재발방치’일 뿐=북측은 4차 회담 이후 재발방지 관련 조항에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 것을 담보하며’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이어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고 명시했다. 또 우리 측 언론 보도를 꼬투리삼아 ‘돈줄’ ‘밥줄’ ‘인질구출작전’ 같은 우리 측 태도가 가동 중단의 근본 원인이라고 했다.
우리 측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북측이 한·미 연합훈련과 ‘최고 존엄’ 모독 등을 빌미로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파행을 이끈 만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이런 사태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당장 다음달엔 한·미 양국의 연례적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예정돼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재발방지 문제는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의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일방적 가동 중단 가능성이 상존하는 한 개성공단 정상화는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측은 또 합의문 초안에 노임(임금)과 세금 등을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자신들의 일방적 폐쇄로 우리 기업이 엄청난 피해를 봤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북측 근로자 임금만 올려달라고 한 셈이다.
개성=공동취재단,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