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180분간 무득점 굴욕 洪의 결단은 무엇일까

입력 2013-07-25 18:33

‘또 영대영(0대0).’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의 마수걸이 골 사냥이 무산됐다. 홍명보호는 24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장에서 열린 중국전에서 수차례 상대 골문을 두드렸지만 만리장성을 허물지는 못했다. 그야말로 ‘풍요 속 빈곤’이었다. 볼 점유율도 55%로 중국보다 10%나 많았다. 유효 슈팅도 5대 1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호주전(0대0)에 이어 데뷔 두 번째 무대에서도 빈손으로 돌아섰다. 누구보다도 안타깝고 답답했을 사람은 홍명보 감독일 것이다. 홍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쑥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오늘 경기 역시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다고 했다.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나와서 조직적인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홍 감독은 하고자하는 면에서는 우리 선수들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홍 감독의 총평 요지는 두 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수비 안정화에는 성공했다는 얘기다. 다만 ‘180분 무득점’에 그쳐 골 결정력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은 귀담아 듣겠다는 것이다. 홍 감독은 두 경기를 펼치며 포지션별로 치열한 생존 경쟁을 유도했다. 이번 동아시안컵을 국내파 선수들의 ‘옥석 가리기’의 무대로 삼은 만큼 23명 태극전사 모두에게 실전 기회를 줬다.

경기 결과에 대해 홍 감독은 “지금 첫 승리와 첫 골이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다음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8∼10월에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그 ‘결단’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홍 감독의 말마따나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두 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끌어낸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골맛이 없는 축구는 축구가 아니다. 한국은 28일 오후 8시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일본과 풀리그 마지막 3차전을 치른다. ‘오대영(5대0)’이라는 오명을 딛고 2002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홍 감독도 ‘영대영’이라는 치욕을 씻고 어떤 축구 역사를 쓸지 지켜볼 일이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