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기록을 찾아서] (7) NBA 윌트 체임벌린
입력 2013-07-25 18:35
1경기 나홀로 100득점
마이클 조던이 ‘농구의 황제’라면 윌트 체임벌린(사진·1936년 8월21일∼1999년 10월12일)은 ‘농구의 신’이 아닐까. 체임벌린은 마치 헤라클레스나 아킬레우스처럼 신의 유전자를 타고난 초인적인 능력을 갖췄다.
1962년 3월3일은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전무후무한 날이다. 필라델피아 워리어스 소속이었던 체임벌린은 이날 뉴욕 닉스와의 정규경기에서 ‘한 경기 100득점’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웠다. 이 부문 2위 기록을 갖고 있는 코비 브라이언트(2006년)의 81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당시 필라델피아는 뉴욕 닉스를 169대 147로 꺾었다. 득점 합계가 무려 316점. 더욱 놀랄만한 것은 필라델피아가 올린 169점 중 60% 이상을 체임벌린이 혼자서 넣었다는 사실이다.
골만 넣은 게 아니다. 25리바운드, 2어시스트도 기록했다. 체임벌린은 필드골 36개(72득점), 자유투 28개(28득점)로 100점을 쓸어담았다. 당시에 3점슛 제도가 있었다면 아마 100점을 훨씬 초과했을 것이다. 필드골 성공률은 42.9%. 더욱 신기한 것은 자유투 성공률이다. 체임벌린도 대부분의 센터들과 마찬가지로 평소에는 자유투 성공률이 50% 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날 체임벌린은 32개의 자유투 가운데 무려 28개나 집어넣어 87.5%라는 놀라운 성공률을 보였다.
대기록을 세운 때는 그의 나이 만 25세였다. 당시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한 경기 50점을 올리면 기념이 될 만한데 한 시즌 평균 50득점대(50.4점)를 기록했다. NBA 최다 평균 득점이기도 하다. 62년 평균득점 2위를 기록한 윌트 벨라미의 게임당 평균득점은 31.6점이었다. 평균득점 1위와 2위의 차이가 20점 가까이 난 것은 NBA 역사에서 처음이었다. 체임벌린의 라이벌인 빌 러셀은 “체임벌린을 막는 방법은 라커룸에 묶어두든가, 아니면 총으로 쏴버리는 것 밖에 없다. 이 같은 추세로 나가다가는 한 경기 100점도 올리고 말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다. 결국 그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보란 듯이 100득점에 성공한 체임벌린은 NBA 14년 선수생활 동안 단 한 번도 6반칙 퇴장을 당하지 않은 독특한 기록도 남겼다.
체임벌린은 거만하다 싶을 정도로 우월함을 과시하는 편이긴 했지만 약자에겐 무척이나 여유로운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도 한 인간이었다. 1999년 가을, 새로운 밀레니엄을 눈앞에 둔 채 스포츠 영웅은 심장마비로 넘어지고 만다. 만 63세였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