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청소년 등 ‘예술가와 함께’ 어울림 한마당
입력 2013-07-25 18:25
“정말 재밌어요. 샘(선생님)한테 미술 좋아한다고 했더니 이런 기회를 만들어줬어요.”
탈북청소년을 위해 설립된 경기도 안성 한겨레중고 이수남(가명·고2)양의 표정엔 즐거움이 넘쳐흘렀다. 고양이를 만드는 중이라며 골판지를 둥글게 자르고 있었다. 다른 학교에서 온 여고생 2명과 한 테이블에서 작업하며 쉼 없이 재잘거렸다.
25일 오전 11시 서울 독산동 서울문화재단 산하 금천예술공장. 입시 준비에 지친 고교생을 위해 이곳에서 마련한 ‘예술가와 함께하는 1박2일 캠프’에는 30명의 참가자 중 새터민 4명도 섞여 있다. 학생들은 몇몇 예술가들과 팀을 나눠 주제를 정해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을 벌인다. 이양 등 7명은 프랑스 설치미술가 퀜틴 코르네(28)씨 팀 소속이다.
이들의 작업은 역사적 사건을 예술적으로 재해석하는 퍼포먼스로 앞서 회의를 통해 발해 건국자 대조영의 용감함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로 정했다. 학생들의 상상력은 상식을 뛰어넘어 대조영의 칼날 아래 쓰러지는 건 적병뿐이 아니었다. 고양이 같은 동물과 로봇, 주변의 나무 등도 함께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키로 했다. 또 다른 새터민 한겨레중고 김경옥(고1)양은 아예 바닥에 주저않아 친구들과 골판지로 갑옷을 만들고 있다. “갑옷 어깨는 박스 2개를 이렇게 붙이면 어떨까.” “그거, 근사하네.”
함께 작업하는 고교생들은 이들이 새터민인 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만큼 어울림은 자연스러웠다. 코르네씨도 “아이들이 작품활동에서 보여주는 반응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새터민 여고생 2명은 이스라엘 비디오 작가 리오 샴리즈(36)씨 팀에서 다큐멘터리 제작 작업을 한다.
이번 캠프에는 한겨레중고에서 단체로 신청했다. 이들을 인솔하고 온 미술교사 심유진(35)씨는 “체험학습을 통해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서 “많은 학생들이 오고 싶어 했지만 다른 행사와 겹치는 바람에 많이 오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탈북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친구맺기 프로그램 등이 있었지만 이처럼 타학교 학생과 어울려 공동으로 작업하는 체험은 처음이다. 심씨는 “탈북 청소년들이 낯선 사람들과 신뢰관계를 형성하는 게 어려운데 팀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남한 친구들과 섞이는 법을 배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천예술공장은 레지던시 공간으로 서울시 예산으로 국내외 유망 작가를 선정해 3개월(외국 작가), 1년(국내 작가) 단위로 창작공간 제공, 전시개최 등의 지원을 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