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데니스 최, KIST 뇌과학연구소장으로… “KIST설립 지원했던 부친이 가장 기뻐해”

입력 2013-07-25 18:25 수정 2013-07-25 21:48


“KIST 소장으로 가게 됐다고 했더니 아버님이 매우 기뻐하고 흥분하셨어요. 그동안 잘 몰랐는데, 아버님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KIST 설립을 지원하는 미국 연구소의 팀 리더셨더라구요. 1960∼70년대 박 대통령이 추진했던 과학기술입국 정책의 해외 조언자였던 셈이죠.”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장으로 영입된 데니스 최(본명 최원규·60·사진) 박사는 25일 “뇌과학연구소는 비록 생긴 지 몇 년 안 됐지만 매우 우수한 성과와 신뢰할 만한 연구자들이 많은 곳이라 들었다. 재능 있는 연구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나의 뿌리인 한국에 대해 더욱 많이 알고 가깝게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소장직 수락 이유를 설명했다.

신경과학 분야 세계적 석학인 최 박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생화학 학사와 약리학 박사, 하버드-MIT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스탠퍼드대·워싱턴대·에모리대 교수, 미국신경과학회장, 다국적 제약사 머크 연구소 수석부사장 등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미국 뉴욕의 스토니브룩의대 신경학과 학과장과 신경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KIST는 최 박사를 영입하기 위해 지난 1년여간 삼고초려했다. 지난해 가을 전임 소장인 김동진 박사가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면담하고 올 초 다시 한번 설득했다. 그리고 지난 6월 문길주 원장이 직접 찾아가 성사시켰다.

미국 국적의 최 박사는 아버지 해리 최(본명 최영화·87)씨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 최창식(1892∼1957) 선생은 상하이 임시정부 설립을 주도한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다. 부친인 해리 최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1960년대 중반 박 전 대통령은 과학입국의 기치를 내걸고 미국 존슨 대통령과 한국에 국립연구소 건립을 추진했다. 존슨 대통령은 당시 미국 싱크탱크였던 ‘베텔연구소’에서 기계공학자로 근무하던 해리 최씨를 한국으로 보내 KIST 설립 지원팀을 이끌도록 했다. 해리 최씨는 이후 세계은행과 함께 한국의 초기 산업화 전략을 짜는 데도 기여했다.

임기 3년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연구를 하게 될 최 박사는 “연구소를 어떻게 이끌지, 어떤 연구에 매진할지 현재 과학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