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명물 끌어들인 백화점 웃는새… 전통시장은 눈물

입력 2013-07-25 18:20 수정 2013-07-25 15:22


지난달 롯데백화점은 속초의 명물인 만석 닭강정을 9일간 판매했다. 주말 사흘을 뺀 평일에만 판매했음에도 총 3억700여만원어치를 팔았다. 롯데백화점 영플라자엔 ‘스마일마켓’ ‘스타일난다’ 등 동대문시장이나 홍대 앞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전체 브랜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부천 중동점 유플렉스는 동대문이나 홍대, 가로수길까지 나갈 일 없게 만들어주면 찾아가겠다는 인천, 부천 지역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 두 자릿수 신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백화점들이 재래시장의 인기 품목을 매장 안으로 불러들이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가뜩이나 매출 침체로 시름에 잠긴 재래시장 상인들은 시장이 챙겨야 할 밥그릇까지 백화점이 넘보고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6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백화점의 지난 6월 매출은 작년 같은 달보다 4.1% 증가했다. 물론 백화점 매출이 증가한 데는 ‘닭강정’ 판매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 증가엔 다양한 이유가 있다”면서 “여름 비수기를 감안해 30일이라는 장기 세일에 돌입한 데다 지역 특산물 이벤트에 로드숍까지 유치하면서 소비자 유입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래시장 상인들은 시장의 인기품목 영입에 나선 백화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재래시장의 한 상인은 “유명 상점이 있으면 그 상점 때문에 시장을 찾은 사람이 다른 상점에 들르는 등 매출로 연결된다”면서 “그런데 백화점이 유명 상점까지 가져가니 답답할 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가뜩이나 재래시장들은 대형마트 영업제한으로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무더위와 경기침체로 여전히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에 따르면 전통시장의 7월 업황전망 경기동향지수는 65.3으로 전달보다 무려 18.7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4월 100.3까지 올랐던 지수는 5월 93.8, 6월 84.0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게 만들려면 전통시장에서만 살 수 있는 특화된 품목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 경제 전문가는 “백화점에 입점한 시장 상인은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백화점은 고객 유입이라는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어 ‘윈윈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문제는 백화점에서 살 수 있는 상품을 굳이 재래시장에 가서 살 필요가 없어지면 재래시장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닭강정 업주 외에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손해를 볼 수 있어 백화점으로선 재래시장과의 상생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