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에 실종된 ‘양심우산’ 찾습니다

입력 2013-07-25 18:07


아침에 미처 우산을 챙겨 나오지 못한 사람들, 갑작스러운 비를 만나 당황한 이들에게 우산을 빌려주는 지하철역 ‘양심우산 대여 서비스’가 위기에 처했다. 양심을 믿고 빌려줬는데 돌아오지 않는 우산이 너무 많아 이 서비스를 아예 포기하는 지하철역이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처럼 긴 장마철에 무엇보다 유용한 서비스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사라지는 우산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다.

양심우산 대여 서비스는 시민들이 지하철 역무실에서 우산을 빌리고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2005년 7월 서비스를 확대 시행할 때만 해도 교회 및 사회단체 협조를 받아 지하철역 53곳에서 양심우산 6225개를 시민에게 제공했다.

8년 만인 25일 서울메트로 측은 1∼4호선 120개 역 가운데 16곳에서만 양심우산 서비스가 계속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과 비교하면 30%로 줄어든 것이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는 몇 개 역에서 이 서비스가 진행 중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서비스는 지하철역별로 자매결연한 교회나 병원 등에서 우산을 기부받아 운영돼 왔다. 우산 회수율이 낮아지면서 기부도 줄었다. 지하철 2호선 신당역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우산이 1년에 200∼300개씩은 들어왔는데 지금은 거의 들어오지 않는다”며 “회수도 안 되는데 우산 기부를 계속 요청하기도 어려워 급하게 필요한 시민에게 직원 우산을 빌려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신촌역은 지난해 6월 세브란스병원에서 우산 500개를 기부받았다. 지금 남은 우산은 200개 정도. 불과 1년 만에 300개가 사라졌다. 이승일 신촌역장은 “우산 회수율이 낮아 하루 최대 50개 정도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우산을 빌릴 때 거짓 개인정보를 적어놓는 경우도 있다. 이대역에서 우산을 빌리고 반납하지 않은 5명의 전화번호로 연락해보니 3명은 아예 없는 번호라는 안내가 나왔다. 이대역과 20년 가까이 자매결연을 맺어 매년 150개씩 우산을 제공하고 있는 대현동 신현교회 관계자는 “우산 회수율이 30%대에 머문다는데 회수율이 더 높아져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하철 5호선 왕십리역은 역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해 우산을 131번 빌려주고, 86번 회수했지만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우산이 많다. 올해 시민들에게 빌려주기 위해 마련한 60개 우산 가운데 15개만 남아 있다. 왕십리역은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우산에 새기던 ‘우산을 꼭 돌려주십시오’ 문구를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렸다.

박요진 기자 tru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