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산 추적] 전재용 “이태원 빌라, 167억원 중 일부로 샀다”

입력 2013-07-26 04:04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49)씨 측은 검찰이 압류한 서울 이태원동 고급 빌라 3채의 자금 출처에 대해 “2004년 검찰이 수사했던 167억원 중 일부”라고 말했다. 재용씨 측은 다만 제3자에게 빌라 2채를 판 것은 재산 은닉 목적이 아니라 저축은행 빚 변제를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기 때문에 추징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용씨 측 A씨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재용씨가 2004년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돈(167억500만원)이 현재 부동산을 취득한 자금이라고 보면 된다”며 “그때 전부 조사됐고 그 외에 새로 취득한 돈은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다. 재용씨 측 스스로 빌라 구입 자금원이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연관된 돈임을 인정한 것이다. A씨는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으로 2001년 빌라를 샀다는 게 재용씨 얘기인데, 그 재산은 일부 자기가 사업을 해서 벌었고, 일부는 외할아버지(고 이규동씨)에게 받았다고 한다”며 “이 돈들이 다 섞여 있어 이 돈이 무슨 돈이고, 저 돈이 무슨 돈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2004년 재용씨 조세포탈 수사 당시 재용씨가 숨겨뒀던 국민주택채권 167억500만원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보고 기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가운데 73억5500만원만 비자금으로 인정했다. 다만 재용씨가 2006년 증여세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을 때 법원은 167억500만원 모두가 전 전 대통령에게서 나온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A씨는 “재용씨로서는 당시 (형사) 재판 결과로 어느 정도 자금이 클리어됐다는 거고, 그 돈이 외할아버지와 아버지 중 누구에게서 받았는지는 검찰이 밝히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집행팀’은 문제의 167억500만원 중 20억원 정도가 이태원 빌라의 계약금과 중도금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재용씨는 2001년 9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부동산 관리업체 비엘에셋 명의로 이 빌라 3채를 구입했다. 맨 꼭대기 14층은 본인이 거주하고 있고, 13층의 2채는 지난달 27일 노모(37·여)씨에게 각각 16억원과 14억원에 팔았다. 통상 1채 당 20억원 안팎에 거래되는 빌라인 데다 27일은 국회에서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된 날이어서 재산 은닉 목적의 가장거래라는 의혹이 일었다.

그러나 재용씨 측은 저축은행 9곳에서 사업 자금으로 250억원을 빌려 쓰면서 이들 빌라를 공동 담보로 제공했는데, 은행 측에서 지난 6월 말까지 독촉하면서 공매 통지까지 보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빌라 2채를 급매했다는 입장이다. 지인으로 알려진 매수인 노씨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고 재용씨 측은 전했다. A씨는 “매각 대금은 전액 저축은행 9곳이 나눠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재용씨 측 변호사는 “노씨는 불법재산인줄 모르고 샀으며, 공무원범죄 몰수 특례법에 따라도 이들 제3자에 대한 압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빌라 매입 자금원에 대한 추적이 본격화되자 재용씨 측이 법적 틈새를 파고들어 추징을 피하려 한다고 보는 분위기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