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산 추적] 동아원, 이사회 의결도 없이 거액 투자

입력 2013-07-25 18:03 수정 2013-07-25 22:16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는 공식적으로는 동아원 소유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삼남 재만씨가 장인 이희상 회장과 공동 소유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전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은닉처로 의심받아 왔다. 검찰은 동아원 측이 2004년 이후 국내에서 미국으로 거액을 잇달아 송금한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원은 2005 회계연도(2005년 1∼12월) 기간에 고도(KODO)를 설립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동아원은 회계분석을 맡은 안진회계법인 측에 고도의 재무제표도 제출하지 않았다. 안진회계법인은 고도 지분가치를 분석할 수 없어 취득원가 113억원을 장부가액으로 올렸다.

그러나 고도의 미국 등기에는 설립일이 2004년 6월 22일로 기재돼 있다. 주소지는 이 회장이 사들인 포도농장 주소지(캘리포니아주 루더포드 지역)로 돼 있다. 거액을 투자해 1년 이상 회사를 운영해놓고도 재무제표를 감췄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고도 설립자금은 2005년 동아원 당기순이익(79억원)보다 많다. 당시 검찰은 차남 재용씨가 받은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 일부를 찾아내 수사 중이었다.

동아원은 이후에도 고도에 2006년 193억원, 2007년 232억원, 2008년 186억원 등 모두 782억원(지난해 말 기준)을 투자했다. 고도에 대한 총 투자금액은 동아원 자기자본(325억원)의 2배를 훌쩍 넘을 만큼 이 회장 측이 공을 들인 사업이다. 이 회장은 2005∼2007년 포도농장 5곳을 사들였고 이를 다시 고도 측에 되팔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지만 동아원은 고도에 거액을 투자하면서 이사회 의결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원이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8년에도 고도 투자금이 186억원에 달했지만 당시 이사회 회의록 안건에는 해당 내용이 없었다. 고도는 2008년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빌딩 와인바 CLO에도 50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최근 몇 년간 매년 10억∼20억원 손실을 봤다. 지난해 말 부채도 422억원이나 됐다.

다나 에스테이트의 실제 운영자가 재만씨라는 의혹도 숱하게 제기됐다. 다나 에스테이트의 홈페이지에도 소유주가 이 회장과 재만씨로 기록돼 있다. 재만씨는 고도와 나라푸드 측이 미국 당국에 제출한 연례보고서도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에는 재만씨가 다나 에스테이트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한 문서까지 공개됐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