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총리실의 세종청사 비판 ‘누워서 침 뱉기’

입력 2013-07-26 02:13


정부세종청사에 대한 공무원들의 불만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청사 건물 자체의 비효율성은 물론 보안 문제, 주차 등 질타의 대상도 다양하다. “현실은 무시한 채 노무현 정부가 되지 않는 이상(국민과 소통하는 청사)만 갖고 안을 만들었다”며 과거 정권을 싸잡아 욕하는 이들도 많다.

정홍원 총리가 지난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세종청사는 실용성이 없어서 끝에서 끝까지 가려면 몇 십분 걸리는데 이건 정말 잘못된 거다”라며 “멋만 실컷 부렸는데 실용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언급한 맥락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동안 보고받은 세종청사의 비효율성 및 공무원들의 불만 등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공무원들의 이 같은 비판은 ‘누워서 침 뱉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청사 설계와 도시계획은 이미 오래 전부터 공개됐던 만큼 건축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충분히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대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 “결국 윗사람 눈치 보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입안 당시 너무도 이상적이었던 계획에 대해 제동을 걸지 못한 이도 결국 공무원이고, 계획을 실제 추진하며 문제점을 인식하고서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이들도 공무원이라는 얘기다. ‘괜히 나섰다가 욕 듣지 말자’거나 ‘설마 이게(청사 이전이) 되겠어?’ 혹은 ‘나는 세종청사에서 근무하지 않을 거니까’라며 문제를 애써 외면한 결과라는 것이다.

조만간 세종청사에선 보안을 위한 공사가 진행된다. 이달 말까지 인근 아파트와 맞닿아 있는 청사의 북쪽 유리창에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보안필름을 부착할 예정이다. 건물과 건물, 청사와 국민을 서로 연결(link city)하고자 했던 설계 의도는 사라지고 세종청사는 외부와 단절된 건물처럼 비치게 됐다. 도시계획을 입안하고 검토할 때 보안 등을 고려해 일정한 거리만 유지했더라도 이 같은 조치는 필요 없었을 것이다. 세종청사가 꽉 막혀 있는 이미지로 인식되는 건 국민에게도, 정부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세종=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