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뭇 다른 전직 대통령 품격… ‘아버지 부시’에 美대륙 감동

입력 2013-07-25 17:51

나이 아흔이 다 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기 환자를 위해 삭발했다. 전직 대통령의 품격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ABC 방송 등 미 언론은 24일(현지시간) 올해 89세인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휠체어에 의지한 채 백혈병 치료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두 살배기 패트릭과 함께 환하게 웃는 사진을 공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밀경호대원 아들 패트릭과의 연대감을 표하기 위해 삭발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패트릭은 부시의 비밀경호대원 중 한국계인 존의 아들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사진 속에서 휠체어에 앉은 부시는 무릎에 패트릭을 앉힌 채 환하게 웃고 있다. 부시 전 대통령에 앞서 존과 한솥밥을 먹는 대원 20여명도 패트릭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자진 삭발했다.

패트릭의 투병은 부시와 부인 바버라 여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부시 전 대통령 부부는 60여년 전 그들의 두 번째 자녀였던 딸 로빈을 백혈병으로 잃은 가슴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로빈의 나이는 4살이었다.

부시와 패트릭이 함께 찍은 사진은 패트릭의 치료비를 모금하기 위해 개설된 홈페이지 ‘패트릭의 친구들(www.patrickspals.org)’을 통해 공개됐다. 최근에는 재임 시의 이라크전 참전과 세계 금융위기 등으로 추락했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아버지 부시와 같은 1924년생인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수차례 암살 위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 분쟁지를 방문했었다고 털어놨다. 10월 발간 예정인 ‘케네디가(家) 50년’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비밀경호대가 위험하다며 해외 분쟁지 등의 방문을 말렸지만 나는 어쨌든 갔다”고 저자인 래리 사버토에게 말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암살 50주년을 다룬 이 책은 카터 가 생존한 전직 대통령 가운데 암살 위협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백악관에 있을 때보다 퇴임 후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 설립한 카터센터의 해외 업무를 할 때 더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