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성장률 1.1%… 9분기 만에 0%대 겨우 탈출

입력 2013-07-25 17:48


우리 경제성장률이 2년여 만에 가까스로 0%대 ‘마(魔)의 벽’을 넘어섰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등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책이 일단 ‘약발’을 받은 것으로 본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는 ‘상저하고(上低下高)’형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하지만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전히 부족하고 선진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대내외 악재가 여전해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이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위축되고 정부의 ‘세수 펑크’가 현실화될 경우 어렵게 반등한 경기가 다시 추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전 분기 대비 1.1%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2011년 1분기 1.3% 이후 9분기 만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8분기 연속 0%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2분기 성장률이 호조를 보인 것은 증가세로 전환한 민간 소비와 정부지출 증대 등에 따른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IT업종이 우리 경기 회복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수출 위주 대기업 성과에 힘입어 경기가 반등한 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을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반도체, 자동차 등 고부가가치 위주의 수출 증대에 따라 2분기 성장률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와 실제 소득 지표로 나타나는 성장률에는 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하반기 1%대의 성장세가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하반기 경제 성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대외 변수는 물론 상반기 정부의 재정 조기 집행에 따라 성장률이 반등한 만큼 하반기 재정정책의 ‘약발’이 감소한다면 경기 회복의 추진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특히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한은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을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7.8%로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분기 중국의 성장률이 7.5%를 기록, 1분기보다 0.2% 포인트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국의 성장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약 우리의 수출 1위국인 중국의 경기가 휘청거릴 경우 우리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국제금융센터 등 정부산하 연구기관들은 이날 합동으로 발표한 ‘하반기 주요 대외경제 리스크 점검 및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하반기 대외 경제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우선 미·중·일 외에도 유럽의 지속되는 경기침체와 신흥국의 성장률 하락은 우리 수출의 부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과 중국의 과잉 유동성 규제에 따른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도 금융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준구 이성규 박은애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