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참신하네… 다큐가 기다려진다!
입력 2013-07-25 17:28
팬덤까지 생긴 ‘SBS 스페셜’ 인기 비결은
#1 지난 3월, ‘SBS 스페셜’에서 2부작으로 방영된 ‘끼니반란’ 편은 방영과 동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적게 먹고 칼로리 높은 음식은 피하라는 다이어트의 패러다임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소개된 ‘1일 1식’과 간헐적 단식의 내용은 단순명쾌했다. ‘아무 음식이나 양껏 먹어도 된다. 대신 식사 횟수를 줄여라.’ 간단한 제안이었지만 ‘무조건 굶는 다이어트’에 힘들어하던 사람들 입장에선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상에는 식습관을 바꾸려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 등을 개설했다. ‘1일 1식’ 창안자로 알려진 일본 학자 나구모 요시노리의 책 ‘1일 1식’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지난 14일 방송된 후속작 ‘끼니반란 그 후-간헐적 단식 100일의 기록’ 역시 큰 관심을 끌었다.
#2 ‘SBS 스페셜’을 통해 지난 1월 전파를 탄 3부작 ‘학교의 눈물’.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이 작품은 단순히 학교폭력 가해·피해자의 사연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제작진은 학교폭력 가해·피해 경험이 있는 학생들을 모아 ‘소나기 학교’를 개교했다. 이 학교에서 10일 동안 동고동락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어른들은 모르고 아이들은 숨기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전했다.
매주 일요일 밤 11시15분 방영되는 ‘SBS 스페셜’은 이처럼 참신한 주제와 독특한 얼개로 매회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요즘엔 이 프로그램을 기다리는 팬덤까지 생겨나는 분위기다. 방송이 끝나면 프로그램과 관련된 단어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랭크되는 일이 허다하다. 시청률도 때론 두 자릿수를 넘나든다.
그렇다면 무엇이 ‘SBS 스페셜’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걸까. 제작진에 따르면 ‘SBS 스페셜’이 암묵적으로 지키는 원칙은 이러하다. ①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②‘무엇을 다루느냐’ 못지않게 중요한 건 ‘어떻게 다루느냐’하는 점이다 ③우리가 처한 현실 가까이에 있는 주제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을 바탕으로 PD 아홉 명이 한 명씩 돌아가며 프로그램을 만든다. PD 한 명이 한 편을 만드는 데 주어지는 제작기간은 통상 4개월. 이들은 기획 기간 1개월→취재 기간 2개월→편집 및 마무리 기간 1개월을 거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 때론 외주 제작된 작품을 수혈 받기도 한다.
특정 주제가 정해진 게 아닌 데다 PD들 개성 역시 제각각이니 아이템 중엔 이색적인 게 많다. 지난 4월, ‘착한 이웃 불편한 이웃 무서운 이웃’ 편은 층간소음 문제를 통해 ‘당신의 이웃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지난해 11∼12월 방영된 4부작 ‘최후의 제국’의 경우 현대의 경제 시스템을 다루면서 경제학자를 한 명도 등장시키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대신 방송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살아가는 세계인들 모습을 세세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고장난 자본주의’의 실태를 고발했다.
최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만난 프로그램의 수장 박기홍 SBS 시사다큐팀장은 “다큐멘터리에서 영상미나 음악보다 중요한 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참신한 아이템을 갖고 ‘젊게’ 만들려는 노력이 시청자에게 어필하고 있는 거 같다”며 “우린 아직 성장기다. ‘기다려지는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다큐멘터리도 재밌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SBS 스페셜’은 다음 달 4일 TV 출연을 안 하기로 유명한 가수 조용필의 일상과 음악 세계를 다룬 작품을 내보낸다. 조용필에 관한 TV 다큐멘터리는 2005년 ‘조용필, 평양에서 부르는 꿈의 아리랑’(SBS) 이후 8년 만이다. 11월엔 시민민주주의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을 모색한 야심작 ‘최후의 권력’(4부작) 편이 방송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