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분기 만에 1%대 성장, 회복 안심하긴 일러
입력 2013-07-25 17:38
설비투자·소비지출 확대 이뤄야 비로소 성장궤도 복귀 가능
분기별 성장률이 모처럼 만에 1%대로 올라섰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이 전분기 대비 1.1%를 기록, 9분기 만에 0%대에서 벗어났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2.3%를 나타내 4분기 만에 2%대로 올라섰다. 두 지표의 흐름으로만 보면 경기는 지루한 소강국면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바짝 다가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의 성장률 추세다. 한은은 이날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으나 하반기 이후 경기가 본격적인 성장 궤도로 진입할지는 장담하기 쉽지 않다. 1%대로 회복한 배경이 설비투자와 소비지출 확대라는 전통적 성장동력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2분기 성장률 회복은 정부의 대규모 추경예산 편성, 상반기에만 60.3%를 투입한 조기 재정 집행 노력, 그리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등이 경기를 떠받친 결과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는 매우 양면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선 재정·통화정책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하반기에 효과가 본격화된다면 성장세는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재정의 마중물 효과가 미진하다면 이미 재정을 조기에 집중한 데다 경기 위축에 따른 세수 감소 폭이 커지고 있어 추가 재정 투입마저 쉽지 않다. 전분기 대비 2분기 정부소비 증가율은 2.4%로 1분기 1.2%의 배나 됐지만 아직까지 2분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7%, 전년 동기 대비 -5.1% 등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성장률이 다시 0%대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외 요인도 만만치 않다. 중국경제의 성장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압박이 가중된다면 우리 경제의 수출 위축은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미국 등 선진국들의 출구전략이 하반기에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신흥국에 유입됐던 외환 유동성 복귀 사태가 벌어지면 우리 경제 또한 그 여파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성장동력 확충 못지않게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성장률 1%대로의 복귀는 경기 반전에 중요한 신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분기 성장률 속보치와 관련해 “좋은 신호라고 보지만 이에 일희일비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경기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이어서도 안 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입장에서는 매사에 신중하되 경제주체들을 향해 분명한 시그널을 내놔야 한다.
지금 경제주체들의 한결같은 불만은 우리 경제가 어디로 가는지 확실치 않아 매우 불안한데도 정작 정부는 천하태평인 듯 보인다는 점이다. 예컨대 새 정부가 공약가계부를 거론하면서 과제를 분명히 했지만 경제주체들은 그것이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현 경제팀은 위기관리 준비는 물론 제반 정책이 작동되는 소리를 경제주체들이 늘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될 때 비로소 설비투자·소비지출도 구체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