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경전철 성공하려면 승용차 억제책 있어야
입력 2013-07-25 17:37
서울시가 2025년까지 8조5533억원을 들여 경전철 9개 노선과 지하철 9호선 연장 1개 노선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철도소외지역 주민들도 서울시내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안에 전철을 탈 수 있게 한다는 명분이다. 문제는 큰 투자규모만큼의 편익, 즉 경제적 타당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서울은 지하철이 사통팔달, 잘 뚫려 있는데다 요금이 싸고 이용하기가 비교적 편한 도시로 이름나 있다. 그렇지만 대가도 크다. 지하철은 원가를 보면 대중교통치고는 매우 값비싼 이동수단이다. 건설비도, 운영비도 대중교통 요금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은 물론 세계의 대도시들에서 지하철은 대부분 만성적자를 보조금으로 메워야 하거나, 민영화된 곳의 경우 매우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사업을 재검토하면서 민자사업자의 예측 수요에 비해 60∼70%선으로 수요를 낮게 재조정했는데도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당성을 검토한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운영비를 감당하려면 운임을 최소 1500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에 1050원을 받겠다고 밝혀 운영적자 보전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경전철 사업은 국내에 아직까지 성공사례가 없다. 운행 중인 용인·의정부·김해 경전철은 수요조사를 잘못한 탓에 민간업자의 적자를 보전해주느라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지난 4월 감사원의 감사결과 이들 3개 노선의 실제 수요는 당초 예측에 비해 평균 1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실패사례를 보고서도 무슨 근거로 타당성이 있다고 하는지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경전철 사업은 또한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부채 7조원 감축 공약에 배치되는 것은 물론 평소 대규모 토목 공사에 비판적이었던 그의 성향에도 어울리지 않는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역개발 공약으로 표를 얻으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의심을 말끔히 불식시키기 어렵다.
경전철 수요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관건은 자가용 운행억제 정책의 병행이다. 지하철 노선이 꾸준히 늘었는데도 서울의 승용차 교통분담률은 1996년 24.6%에서 2011년 23.5%로 거의 변동이 없다. 같은 기간 버스는 30.1%에서 28.0%로 소폭 줄었고, 택시도 10.4%에서 7.0%로 감소했다. 지하철은 29.4%에서 37.1%로 늘었다. 즉 지하철 이용객이 늘었지만, 주로 버스와 택시 승객이 옮겨간 것이다. 승용차의 도심 운행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수요억제책을 동원하지 않을 경우 전철과 경전철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남산터널에서만 걷고 있는 도심진입 통행료의 확대시행, 교통유발부담금과 주차료의 대폭 인상 등이 필요하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경전철사업은 접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