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전략… 병법을 깊이 알아야

입력 2013-07-25 18:01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박수밀(돌베개·1만3000원)

실학자이자 사상가인 연암 박지원을 드러내는 수식어는 많지만 그를 가장 잘 말해주는 명칭은 ‘문장가’일 것이다. 그의 글은 가벼운 듯 진지하다. 유쾌하다가 불쾌하다. 능글맞되 삼엄하다. 진부한 듯 새롭다. 일찍이 연암의 글쓰기를 흠모한 사람으로 항해 홍길주(1786∼1841)가 있었다. 연암보다 50년 뒤에 태어난 그는 나이 마흔 넷에 연암집을 구해 읽은 뒤 “마치 절경 속으로 들어가는 황홀함을 체험했다”면서 “이후 연암의 글은 나 자신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과연 연암의 글은 어떤 이유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을까. 연암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병법을 알아야 하다고 말했다. 그는 무언가와 싸워 이기기 위해 글을 썼다. 싸움에 이기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연암은 이것을 ‘요령’이라는 말로 설명했다.

“글을 잘 쓰는 자는 병법을 아는 걸까? 비유하자면 글자는 군사이고 글의 뜻은 장수다. 제목은 적국이고 고사(古事)를 끌어들이는 것은 싸움터의 보루다. 글자를 묶어 구절을 만들고 구절을 모아 문장을 이루는 일은 대오를 이루어 진을 치는 것과 같다.”(연암 ‘문단의 붉은 기에 쓴 머리말’) 저자는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