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봉남 (11·끝) 성화 한폭 한폭… 70인생 믿음의 자화상입니다

입력 2013-07-25 18:17


지난 5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서봉남 성화 초대전’이 열렸다. 한국성시화환경운동본부와 미술등록협회가 공동 주최한 초대전 개막식에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님은 교회 창립 55주년을 맞아 귀한 전시회를 통해 하나님께 영광 돌리게 된 것을 감사드린다고 격려해 주셨다.

지난 전시회의 특징은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77점의 작품을 한 개인이 제작했다는 점이다. 무려 35년이 걸렸다. 한마디로 그림으로 볼 수 있는 성경이 나온 것이다. 작품 화풍은 순수함과 간소함, 황토를 발효시킨 듯한 갈색 톤의 된장국 색채, 한국 특유의 투박함, 백의민족 정신 등이 주된 내용이다.

방명록엔 격려의 글들이 잇따랐다. ‘장장 35년이나 걸려서 완성하셨다는 성화, 자랑스러워요’ ‘열정적 성화 감동스러웠습니다’ ‘한마디로 놀랍습니다. 성화 작품은 상상을 초월한 명작이며 감동 그 자체입니다. 경의를 표합니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탄생시킨 작품들 존경합니다’ 등의 글귀가 빼곡히 쓰여 있었다. 20일 동안 열린 초대전에 3만여명이 몰렸다.

나는 그동안 그림을 그리면서 전통과 미지의 세계를 넘나드는 환희를 맛봤다. 종교적인 내용과 향토적인 그림, 그리고 삶과 자연, 한국적 정서와 풍광,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의 편안한 화가의 생활, 다행히 미술은 혼자 하는 작업이며 이런 것들이 체질적으로 나와 맞아 나를 더 행복하게 해 주었는지 모른다.

성경 전체를 그리는 꿈을 이뤄서 행복했다, 특별히 이 세상에 수많은 직업이 있지만 그중 화가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감사했다. 특별히 기독교 미술가로서의 직업이니 더욱 그랬다.

나는 예수님을 사랑한다. 예수님의 사랑 속에서 성장했고 그 사랑 때문에 지금까지 삶을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하며 살고 있다. 이제 지난 삶 속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순간들을 영원히 간직하며 살고자 한다.

기독교 화가로서 정말 우둔하고도 끈질기게 매진했다. 서른셋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시작한 어린시절 화가의 꿈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변함없는 신앙생활, 달란트 하나만을 믿고 밀고나갔던 것, 고희가 된 지금 생각하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기독교 화가’라는 직업으로 반평생을 살았다는 것이 행복하다. 경제적으로 내내 어려웠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그때그때 채워주시고 보호해 주신 것에 감사드린다.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마음속에 70%쯤 나에게 원하는 그 무엇이 들어있을 때가 제일 알맞고 30%쯤은 비워놓아야 행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머지 30%를 채우려는 욕심으로 말미암아 행복은커녕 더 불행해지는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보아왔다.

나는 사는 동안 30%의 부족함으로 살아 왔고 그것이 또한 마음 편하고 행복했다. 남은 생애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또 보잘것없는 제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신 국민일보 독자 여러분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이 땅에서 살면서 기독교 화가의 꿈을 이루어서 행복하다. 남은 길도 변함없이 후회 없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야지….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