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출간 유홍준 교수 “역사 콤플렉스 극복 위해 저술”

입력 2013-07-24 19:14 수정 2013-07-24 19:24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새롭게 조명해온 유홍준(64·사진)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가 이번엔 그 시선을 일본으로 돌렸다. 유 교수는 24일 일본 편 1권 규슈, 2권 아스카·나라(창비) 출간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책이 좋은 일본 여행 안내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1993년 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지난해 7권 제주 편까지 330만부를 판매하며 답사 열풍을 일으켰던 장본인. 그가 일본 문화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국내 편 집필 훨씬 전인 88년, 한국국제교류재단의 해외한국문화재 조사팀의 일원으로 일본 아스카를 찾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꿈을 파는 집’이란 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아스카 들판을 달리며 ‘우리에게 일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고, 언젠가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초 제주 편 이후 남한강, 가야, 독도 등 국내 집필을 먼저 끝내려 했으나 이를 먼저 내놓게 된 건 지난해 규슈 방문 당시 경험이 컸다. 그는 “부산에서 수학여행 왔다는 고등학생들이 ‘일본 고대문화는 우리가 죄다 만들어준 것 아니냐’고 말하는 걸 듣고 서두르게 됐다”며 “특히 일본의 우경화가 심화되면서 ‘혐한론(嫌韓論)’을 넘어 ‘오한론(惡韓論)’으로 번져가는 걸 보고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일본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 문화를 무시한다”며 이번 저술이 양국의 역사 콤플렉스 극복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한 시각은 ‘친일(親日)’ 아니면 ‘반일(反日)’일 만큼 극단적이라 여러모로 조심스러웠다. 그는 “누군가는 쌍방에서 날아오는 독화살을 장풍(掌風)으로 맞서야 한·일 양국의 공존공생 관계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만들 듯 내수용과 수출용을 따로 만들 수 없지 않느냐”며 “한·일 양국 독자를 의식하다 보니 1차 방정식이 미적분이 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 독자들을 향해 “우리가 문명의 빛을 일본에 전해준 것은 자랑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의 고대문화가 모두 한국에서 만들어준 것은 아님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다도(茶道) 등 일본인들이 노력해서 이룬 것에 대한 평가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일본을 향한 일침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고대사에서 한반도에 신세진 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일본서기와 황국사관 등 두 차례 역사왜곡 또한 인정해야 한다”며 “진짜 동아시아 문화를 주도하고 싶으면 리더로서 덕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일본어로 번역해 현지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1, 2권에 이어 3권 교토 편, 4권 오사카·대마도 편이 예정돼 있다. 국내 반응은 벌써부터 뜨겁다. 창비는 초판 10만부를 찍었는데 인터넷 예약 선주문만 1·2권 5000세트가 팔려 나갔다.

김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