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 대통령이 한마디 해야 움직이는 교육부
입력 2013-07-25 05:29
교육부의 눈치 보기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논쟁적인 사안에 우왕좌왕하며 결정을 미루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정리를 해줘야 움직이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인지 대통령이 교육부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영훈국제중 논란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부정에 연루된 국제중을 퇴출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23일 국무회의 직전까지도 교육부의 입장은 “서울시교육청이 할 일”이었다. 교육부는 지정 취소와 관련해 입장을 정한 바 없으며 시교육청에서 지정 취소를 협의해 오면 그때 가서 논의하겠다는 것이 입장이라면 입장이었다. 로펌 자문 결과 ‘지정 취소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음에도 자문 결과는 단순 참고사항일 뿐이라며 애써 의미를 두려하지 않았다. 국제중 제도를 만든 교육부가 조직적인 입시비리가 확인돼 학교 관계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교감이 자살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는데도 아무런 ‘입장’이 없었다. 교육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난 여론에도 꿈쩍 않고 있다가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부랴부랴 “법을 뜯어고쳐서라도 지정 취소할 수 있다”고 나섰다. ‘영혼 없는 공무원’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
대학들이 등록금으로 교직원 연금을 대납해주다 적발된 ‘연금 대납’ 논란 때도 비슷했다. 교육부는 대납이 분명 위법이지만 환수는 불가능하다며 대학들을 감쌌다. 공분을 샀지만 묵묵하게 버티던 교육부가 박 대통령에게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라”는 꾸중을 듣고서야 입장을 바꿔 빈축을 샀다. 한국사 교육 논란 때도 대통령이 먼저 정리를 해주고 교육부가 나서는 상황이 반복됐다.
영훈중 사태는 박근혜 대선캠프 출신으로 ‘교육계 상왕’으로 불리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 눈치를, 연금 대납 논란 때는 연세대 등 주요 대학 눈치를 살폈다는 얘기를 듣는다면 교육부로서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교육부의 처신이 힘 있는 쪽 눈치를 살피는 ‘보신행정’으로 비친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도경 정책기획부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