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100일] 미래 안보이는 미래부… 대표정책 없고 시행착오 속출
입력 2013-07-25 04:59
최문기 체제 평가와 과제
‘너무 조용하다’ ‘존재감이 없다’ ‘무색무취’.
25일 취임 100일을 맞은 최문기 장관의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100일간의 짧은 시간을 두고 평가하기엔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지난 4월 17일 취임한 최 장관과 미래부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냉소적이고 차갑다. 미래부가 현 정부 창조경제 구현 선도 부처로서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미래부는 24일 하반기 주요 업무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사람, 일자리 중심 창조경제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 선도 부처 맞나=미래부는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만들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19일 정부 부처로는 유일하게 출범을 알리는 과천청사 현판식에 참석하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여줬다. 하지만 출범 100일을 맞은 현재 미래부는 ‘있는 듯 없는 듯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도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일반 국민은 차치하고라도 일부 공무원, 과학기술계 및 ICT(정보통신기술) 관련 산업계 전문가들조차 창조경제의 개념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미래부가 창조경제에 대한 명쾌한 해석을 내놓지 못했고, 미래비전 또한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박성현 원장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과학입국’과 같은 정책 성공을 본받아 ‘제2의 과학기술입국’ 비전을 제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고 끝에 지난달 4일 내놓은 ‘창조경제 실현 전략’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핵심 사업별 예산이나 거시적인 경제효과 등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창조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는 찾아볼 수 없고 구체성과 현실성도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창조경제 주무 부처로서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애초 정부조직법이 잘못 설계됐기 때문이란 변론도 있다.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창조경제 관련 예산은 기획재정부, 창조경제 관련 조직은 안전행정부 소관이기 때문에 미래부에서 하려고 하는 일을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다. 최 장관 취임 이후 미래부가 신청한 추가경정예산 확보가 불발에 그친 것이 대표적 예다.
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범정부적 창조경제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예산과 조직이 없이 어떻게 하나. 애초에 미래부를 부총리 부처로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대표 정책이 없다…시행착오 속출=미래부는 출범 이후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벤처·창업 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5월), 창조경제실현계획 수립(6월), 3차과학기술기본계획 수립(5월), 콘텐츠산업진흥계획 수립 및 ICT진흥특별법 제정(7월) 등. 미래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기틀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신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존에 추진된 정책을 단지 ‘창조경제’로 포장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은 과거 정부의 정책과 차별성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 김대중정부 시절 벤처 육성 정책을 고스란히 따왔다.
미래부 고유의 독창적인 정책이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보여주기식 정책에 급급해 시행착오도 잇따랐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 당초 5월 말 창조경제 비전 선포식을 하려다 일정상 촉박하다는 이유 등으로 돌연 취소했다. 또 지난 8일엔 ‘누구나 쉽게 창조경제의 성공 사례를 직접 체험하게 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창조경제 사이버 박람회의 웹사이트를 연 지 하루 만에 문을 닫았다.
◇청와대와 공조 중요…장관에 힘실어 줘야 =미래부가 창조경제 선도 부처로서 입지를 굳히려면 보다 단순한 ‘정책 제시’ 차원을 넘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 하나의 목표라도 확실하게 마련해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청와대와의 공조 체제가 중요하다.
한 IT 전문가는 “미래수석이 산업화·정보화 이후 지식산업으로의 국가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가 어젠다 제시는 물론 부처 간 협조, 당·정·청 간 연결고리 역할 등 백방으로 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뚜렷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현 원장은 “창조경제를 힘있게 추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미래부 장관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미래부가 간판 정책을 선정, 브랜드화해야 창조경제 추진력과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부처 정체성도 확실하게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