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수익만 걱정하던 당국이… “소비자보호” 뒤늦게 목청

입력 2013-07-24 18:11 수정 2013-07-24 22:40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와 ‘금융사 건전성’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서 금융사는 물론 금융소비자들도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금융감독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원이 독립되기 전까지 한시적 TF조직으로 금융소비자기획단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금융소비자기획단은 소비자가 봤을 때 이해할 수 없는 금융 관행 등을 바로잡는 일을 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또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법도 하반기 중 반드시 국회통과를 이뤄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구속성 예금 금지 등 6대 판매행위 규제를 일괄되게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금감원도 금소원이 독립하더라도 금융소비자들의 민원 발생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소비자보호에 팔을 걷어붙이자 금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를 향한 금융사들의 불합리와 횡포를 근절시키기 위한 소비자보호 대책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박근혜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나친 간섭으로 자칫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금융사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들이 당장 우려하는 건 금소원과 금감원의 이중 감독이다. 금감원과 협의 하에 공동 검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지만 예외적으로 금소원의 단독 검사를 허용한 것에 긴장하고 있다. 금소원 운영 분담금을 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금감원이 지난 18일 금융권 수익성 악화를 거론하며 ‘수수료 인상’ 가능성을 내비친 적이 있어서다. 한 금융소비자는 “금융사 수익이 떨어지자 수수료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대안까지 생각했던 금융당국이 과연 소비자 보호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저축은행 사태를 시작으로 은행권 CD금리 담합사태, 근저당권 설정비 문제, 끊이지 않는 불완전판매(상품 설명을 전부 하지 않은 채 파는 행위)와 꺾기(끼워 팔기) 등으로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이는 금융사뿐 아니라 감독을 소홀히 한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그동안 문제가 됐던 CD금리 담합 여부에 대해 ‘우리 일이 아니다’며 뒷짐만 지고 있었다. 결국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국민검사를 청구한 뒤에야 금감원이 1년 만에 뒤늦게 전면에 나섰다. 이마저도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원에 “피해를 입증하는 서류까지 가져오라”며 피해 입증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좋은 명분 아래 금융당국이 자기 기구 확대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소비자 보호와 금융사 건전성 관리에서의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피해는 다시 소비자에게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