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조금, 먼저 보는 者가 임자?… 대학 총장 등 631억 꿀꺽
입력 2013-07-24 18:10 수정 2013-07-24 22:36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을 허위로 수령해 간 업체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지난해 국가 예산의 약 14%(46조원)를 차지했던 정부보조금은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허술하게 관리됐다.
대검찰청 특별수사체계개편추진TF팀(팀장 이동열)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보조금 비리’ 사건을 집중 수사한 결과 총 631억여원의 정부보조금을 허위로 수령한 업체 및 단체 70여곳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관련자 312명을 입건하고 이 중 93명은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적발된 631억원에 대해 환수·반환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정부보조금은 정부가 특정산업의 육성이나 기술 개발 등을 목적으로 관련 업체·단체에 무상으로 교부하는 지원금이다. 최근 복지정책이 확대되면서 정부보조금의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허술한 집행절차 때문에 세금으로 조성된 정부보조금은 범죄자들의 ‘먹잇감’이 됐다. 대학교 총장 등 사회지도층부터 농어촌 주민까지 정부보조금을 빼돌려 개인용도로 사용했다.
서울 강남의 한 여행전문업체 A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사회적 선도기업(돌봄여행사업)으로 선정됐다. 돌봄여행사업은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등 전문인력이 국고지원 여행대상자인 장애인·노인과 동행해 수행하는 여행서비스 사업이다. A사는 국고보조금 20억원을 수령했다. 그러나 장애인·노인을 위해 쓰였어야 할 돈은 2008년부터 2년간 카지노업체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 A사 대표는 지난해 5월 구속기소됐다.
또 대구의 B대학교는 취업률 등을 실제보다 부풀리는 방법으로 선정 지표를 조작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23억여원을 챙겼다. 대구서부지청은 지난 1월 범행에 가담한 B대학 총장 및 교수 6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원명목이 수백 개에 이르고 사업별로 지원요건이 다를 뿐 아니라 지급된 돈에 대한 검증 체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정부보조금은 사실상 ‘눈먼 돈’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보조금 집행을 관리·감독해야 할 공무원들이 직접 비리에 가담한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공주시 6급 공무원 C씨는 축산 관련 정부보조금을 지급받게 해주는 대가로 한 영농조합법인 대표로부터 2400만원을 받았다가 구속 기소됐다. 지난해 4월에는 김학기 동해시장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업체 대표에게 정부보조금 관련 청탁과 함께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김 시장은 최근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정부보조금 운영과 관련한 정부 유관기관들의 합동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보조금 비리가 가볍게 처벌되는 문제가 있다”며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