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굴팀, 고대 블레셋 시대 유물 찾았다

입력 2013-07-24 18:28


이스라엘 중부 텔 자피(Tel Tzafit) 유적지에서 한국인 발굴팀이 고대 블레셋 시대의 상아 그릇과 제수용 용기를 발견했다. 현지에서 발굴팀을 인솔하고 있는 임미영(고고학) 박사는 24일 “상아로 만든 그릇과 제사에 쓰인 용기를 비롯해 기원전 11세기 말과 10세기 초의 많은 유물을 찾아냈다”며 “블레셋의 5대 도시 중 하나인 가드가 대도시였다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 전했다.

임 박사는 “사무엘하 1장 20절에서 사울과 요나단이 죽었을 때 다윗 왕이 왜 가드와 아스글론에 알리지 말라며 두 도시를 언급했는지 유물 발굴의 성과로 설명할 수 있다”며 “다윗의 시대에는 가드가 이스라엘에 위협을 줄 수 있는 큰 도시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1년부터 이곳에서 발굴지도자(supervisor)로 활약하고 있는 임 박사는 지난 5년간 한국 학생들을 인솔해 왔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텔 자피 유적지는 바르일란대학교 아론 메이르 교수의 지휘 아래 지난 17년간 발굴이 진행돼 온 곳이다. 이곳에는 호주 캐나다 미국 프랑스 등 11개국에서 매년 100여명이 모여 발굴을 벌인다.

올해 한국에서는 서울신대와 한국성서대, 서울여대, 한국문화유산연구소 등에서 온 6명의 학생(대학원생·연구원 포함)이 임 박사의 인솔 아래 발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 발굴팀이 맡은 지역은 구약성경 열왕기하 12장에 아람왕 하사엘이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고 기록된 장소다. 발굴팀은 낮에는 중동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발굴 현장을 뛰어다니고, 밤에는 숙소에서 발굴단의 유명한 고고학자와 성서학자들의 강의를 들으며 성경이 살아 있는 역사의 기록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임 박사는 “성서대에서 온 정지영 학생은 올해로 3번째 발굴단에 참여할 정도로 다들 열정이 대단하다”며 “한국 학생들은 영어도 잘하고 성격도 좋아 유대인이나 다른 외국인과 잘 어울린다는 칭찬을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바르일란대 측에서도 한국 발굴단의 성과를 높이 사 한국대학과의 연계에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김일수 주이스라엘 한국대사도 현장을 찾아와 한국 학생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성서의 에그론이 발견된 르바딤의 공동생활시설 키부츠에서 다른 나라의 발굴단과 함께 생활한다.

2011년에도 한국 학생들이 두 개의 뿔이 달린 제단을 찾아내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다. 이 유적은 블레셋이 에게 문명을 배경으로 하는 지중해 해양문화권에 속하는 민족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