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에너지 십일조운동’ 중… 에너지 사용 10% 줄여 창조세계 보전 앞장서자
입력 2013-07-24 17:44
서울 당산동 성문밖교회는 여름철이 되면 담임 목사와 성가대원들도 예배 때 가운을 입지 않는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를 돌리고, 불이 켜져 있는 공간에서는 구석진 곳의 전등을 하나 끈다. 벌써 수년째 이어오고 있는 생활 속 절전 운동이다. 고성기 담임목사는 “여름철 전력량 10% 줄이기 운동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아낀 에너지가 바로 하나님께 드리는 ‘에너지 십일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와 원전 운영 중단 등에 따른 에너지 대란이 예고되면서 절전 운동에 동참하는 교회와 기독시민단체들이 늘고 있다. 교단에서도 관련 정책을 내놓을 정도로 에너지 절약이 기독교계에서도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는 교단 총회 본부와 산하 2600개 교회 54만 성도들을 대상으로 ‘절전 및 냉방온도 26℃ 제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총회 본부는 노타이·반소매 복장을 실천하고 있다.
예장통합은 에너지 10%줄이기 캠페인을 중심으로 한 ‘교회 절전소 운동’을 총회 차원에서 시행하자는 내용의 청원서를 오는 9월 정기총회에 정식 제출키로 했다. 총회 사회봉사부 관계자는 “캠페인이 시행되면 교단 소속 8300여 교회와 285만 성도들이 대대적인 절전 운동(표 참조)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는 서울시와 함께 ‘여름철 에너지 10%줄이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는 또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과 에너지 절약 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교회가 건물 에너지 효율개선이나 태양광 등 햇빛 발전소 설치 등에 참여할 경우, 서울시가 교회별로 사업비의 80%이내에서 최대 10억원까지 연 2.5%로 융자를 지원한다. 유미호 기환연 정책실장은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아름답게 보전해드리는 일은 신앙인의 기본적인 책무”라며 에너지 절약 실천 활동에 대한 교회와 성도들의 동참을 강조했다.
교계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22일 성명을 내고 “현행 전력 피크제를 교회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종교시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며 개선을 촉구했다. 전력피크제는 매 15분마다 전력의 순간사용량을 체크해 한번이라도 계약전력을 초과하면 추가금액이 부과되는 제도다. 이 때문에 전력사용량이 주일에 집중되는 교회로서는 다른 시설물들에 비해 요금이 과중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교연은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의 특수성을 감안해 한국전력이 ‘(가칭)주말 요금제’ 도입과 같은 개선책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독교지도자 초청 오찬에서도 참석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력피크제와 관련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박 대통령은 관계부처를 통해 내용을 파악해 대책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재찬 전병선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