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소프트웨어 추방’ 모범 보인 예장통합
입력 2013-07-24 17:44
서울 관악구에 있는 A교회는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로부터 협조공문을 받았다. 교회에서 쓰는 컴퓨터에 정품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공문에는 ‘정품을 사용치 않을 시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경고도 담겨 있었다. A교회 관계자는 “총 12대 컴퓨터 중 2대만 정품 프로그램을 사용하는데, 나머지를 모두 정품으로 바꾸려면 대략 1000만원이 필요하다”면서 “정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맞지만, 당장 몇 달치 예산과 맞먹는 큰돈이라 현실적으로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교회를 상대로 불법복제 프로그램 사용실태 조사에 나섰다. 일부 교회는 단속에 적발돼 정품 소프트웨어 구입 비용 이외 과징금만 5000만원을 부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윈도와 워드프로세서, 오피스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만 설치해도 컴퓨터 한 대당 1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든다.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24일 한글과컴퓨터와 업무 협약을 맺었다. 교단 소속 교회와 단체가 정품 소프트웨어를 적은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개신교 교단 가운데 소프트웨어 업체와 정품 사용 계약을 맺은 것은 예장 통합이 처음이다. 예장 통합은 3년 전부터 교단 내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위한 캠페인을 해왔다. 이번 업무 협약은 예장 통합 소속 교회와 단체가 한글과컴퓨터사의 ‘한컴오피스’를 표준 오피스로, ‘이지포토’를 표준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로 사용하도록 지정하고, 매년 일정 수량 총괄 구매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통합교단의 교회는 매년 14만원만 내면 한컴오피스와 이지포토를 교회 내 모든 컴퓨터에서 사용할 수 있다. 미자립교회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교회는 총회의 지원 등으로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손달익 총회장은 “소프트웨어 사업은 우리나라의 고부가가치 사업이기도 하고, 교회가 지적저작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도덕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이번 업무 협약을 계기로 총회 산하 모든 교회와 기관이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타 교단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 이홍구 대표는 “예장통합 교단 내의 정품 소프트웨어 도입에 일조하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협약이 사회 전반에 정품 소프트웨어 도입이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