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종학 드라마 PD가 남긴 숙제… 왜곡된 외주제작 관행 끊어야

입력 2013-07-25 05:04

김종학 PD의 죽음을 계기로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과 외주제작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숱한 히트작을 내놓은 ‘스타 PD’ 마저도 자금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4일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시장은 회당 평균 3억원, 최대 500억원대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방송사는 여전히 편성을 무기로 제작사에게 횡포를 부린다. 방송사가 지급하는 제작비는 고작 절반 수준. 제작사는 나머지 비용을 PPL(간접광고) 등으로 채우면서 열악한 상황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 PD가 단역 배우 일당을 주기도 버거운 현실에 부딪혀 심적으로 괴로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배우 A씨(52)는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과 관련 “드라마 제작의 위험부담이 고스란히 약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드라마를 제작할 능력이 없는데도 1%의 성공을 바라면서 무리한 제작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갑 한연노 정책위 의장도 “그간 드라마 제작 현장은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었다”며 “드라마를 만드는 외주제작사도, 드라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도 비참해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유일하게 웃는 것은 방송사뿐”이라고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다음달 내 표준방송출연계약서와 외주제작계약서를 제정해 고시하기로 한 상태다.

한편 김 PD의 오랜 파트너이자 ‘신의’의 송지나 작가는 이날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김)희선씨 때문에 마음이 많이 쓰인다. 이름 없는 스태프나 신인 연기자들이 자신들만으로는 힘이 부족하다고 (부탁해)… 고소장에 이름을 얹어주었던 내막을 제가 압니다”라고 말했다. 김희선은 최근 출연료 미지급 소송에서 승소했고, 일부 네티즌은 이를 비난하기도 했다.

장례 이틀째인 24일에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배우 이정재, 나문희, 장항선, 변희봉 등과 ‘대장금’의 이병훈 PD, ‘풀하우스’의 표민수PD 등의 추모발길이 이어졌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