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全 전 대통령,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배워라

입력 2013-07-24 17:36

도무지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렵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꼭꼭 숨겨놓은 재산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다. 캐면 캘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재산 규모에 말문이 막힌다. 그럼에도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며 거액의 미납 추징금을 내지 않는 전 전 대통령의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행태에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다다랐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은 지난주 전 전 대통령 자택 등에서 100여 점의 미술품과 도자기, 불상 등을 압수한 데 이어 23일에는 전 전 대통령 일가 명의 대여금고 7개를 압수했다. 대여금고에는 거액이 예치된 통장 50여 개와 다이아몬드, 금 등 귀금속 40여 점, 각종 입출금 및 송금자료 등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검찰은 차남 재용씨가 거주하는 시가 30억원대의 빌라 한 채와 최근 그가 매각한 빌라 두 채도 압류했다.

추징금 2205억원 가운데 미납한 1672억원을 받아내기 위한 검찰의 전방위 압박은 지금까지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검찰은 증권사들에 1993년 1월 1일부터 지난 3일까지 20년 6개월간의 전 전 대통령 일가의 특정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함으로써 압수수색 차원을 넘은 보다 강도 높은 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전 전 대통령이 쉽게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하지만 버티기로 일관하는 전 전 대통령 측 태도엔 변화가 없다. 작금의 상황을 수긍하고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죽은 권력에 대한 인민재판”이라며 억울해한다니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검찰에 압류된 부인 이순자씨 명의의 30억원대 연금보험이 그들 주장대로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맞다면 스스로 입증하면 될 일이다. 아울러 검찰이 압수·압류한 일가 재산이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 없다면 이 또한 입증해야 할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서 배워야 한다. 한때 자신 밑에 있었던 노 전 대통령은 자의든 타의든 대법원으로부터 선고받은 추징금 2628억원 중 2397억원을 납부했다. 더욱이 “동생과 전 사돈에게 비자금을 맡겨놨으니 거기서 추징하라”며 미납 추징금 231억원을 납부하기 위해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다. 돈보다 명예를 지키고 싶은 전직 대통령의 심정이 엿보인다.

국민들은 전직 대통령의 추한 모습을 더 이상 보고싶어 하지 않는다. 전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정의사회 구현’을 국정목표로 내세웠다. 그것이 거짓이 아니었다면 빼돌린 재산을 공개하고 미납 추징금을 납부하는 게 도리다. 국민에 대한 사죄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그 품격에 걸맞은 처신을 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