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개발 투자전략과 일자리 창출… 현장 전문가 6인에게 듣는다
입력 2013-07-24 17:25 수정 2013-07-24 17:26
“여행사 등급제 도입, 저가관광 폐해 뿌리 뽑아야”
박근혜 정부의 첫 관광진흥확대회의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의 복수비자 발급을 확대하고, 저가관광의 폐해를 근절하는 한편 국적 크루즈의 선상 카지노 허용과 복합 리조트 육성 등을 통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민일보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광무 원장 등 관광산업 전문가들을 초청해 ‘관광개발 투자 전략과 일자리 창출’ 등을 주제로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 김장실의원실에서 좌담회를 가졌다. 편집자
<참석자>
김장실: 국회의원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엄서호: 경기대 교수
김경숙: 강릉원주대 교수 (차기 한국관광학회장)
이진식: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과장
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진행: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제주도에서는 오히려 돈을 주고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마이너스 투어 피’가 성행한다고 한다. 이번에 외국인 전용 기념품 판매점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저가 관광의 폐해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다. 저가 관광의 문제점과 해결책은 무엇인가?
△박광무=저가 관광을 해결하기 위해 여행사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여행사 등록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부분적으로 등급제를 도입하는 등 자율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등급제를 도입하면 소비자들에게 우수 여행사를 널리 홍보해주는 효과가 있다. 여행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과도한 저가 여행을 금지하는 중국의 여행법이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면 저가관광 부작용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경숙=저가 관광과 고가 관광은 공존할 수밖에 없다. 중국 관광객도 부유층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가 관광을 선호한다. 정부가 저가 관광을 근절하기 위해 너무 개입하면 여행업계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 여행사 등급제는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이진식=2020년에 중국 관광객 2억명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관광시장이 계속 저가 구조로 가게 되면 중국 관광객 유치에 따른 파급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이젠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 저가 상품과 저질 관광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저가 상품을 취급하는 여행사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다. 이번에 외국인 전용 기념품 판매점을 폐지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김상태=한국관광 발전을 위해서는 고가 상품과 저가 상품 모두가 필요하다. 문제는 저질 관광이다. 저질 관광은 우리나라 여행사에서 발생하는 저가 관광 구조가 아니다. 중국 여행사에서 그런 것을 원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므로 국제적 공조로 나쁜 여행사와 나쁜 여행상품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널리 알려야 한다.
-마카오처럼 카지노·호텔·쇼핑센터·공연장·회의장 등으로 이루어진 초대형 복합 리조트가 한 나라의 경제를 견인하는 시대다. 국적 크루즈의 선상 카지노를 허용하고 복합 리조트 발전 방안을 내놓은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김장실=‘관광의 꽃’으로 불리는 복합 리조트에 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중국대륙에서 한국으로의 육로 접근이 가능해진다. 복합 리조트가 들어서야 육로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도박은 안 된다는 식의 도덕적 잣대는 관광대국으로 가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고부가가치의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마카오나 싱가포르처럼 샌즈·윈·MGM 같은 글로벌 리조트 회사를 유치해야 한다.
△엄서호=복합 리조트가 활성화되려면 도시관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특히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마카오처럼 도시관광 활성화가 중요하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저렴한 관광상품을 이용해 오더라도 현지에서 돈을 많이 쓰게 하면 된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외국인 전용 복합 카지노 리조트를 유치하면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효과가 훨씬 많을 것이다.
△김경숙=카지노는 일자리 창출과 창조관광의 핵심이 될 수 있다. 일본과 러시아도 카지노 허가를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투자하는 사람은 업고 다녀야 한다고 언급했다. 마카오처럼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복합 리조트를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관광 분야 일자리를 2012년 85만개에서 2017년 100만개로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광 분야 일자리의 저임 구조가 문제가 되고 있다.
△엄서호=관광학을 전공한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관광업체는 고급 호텔 정도에 불과하다. 학생들은 기술집약적이고 전문기술을 요구하는 관광 업무를 원한다. 하지만 주어지는 일자리는 단순 서비스 업종에 불과하다. 여행치유지도사, 국내여행안내사 등 새로운 직종과 함께 관광디자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관광디자인에는 장소 디자인, 상품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안내판 해설판 디자인) 등이 있다. 관광디자인진흥원이 생긴다면 관광기술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사에는 관광학 전공자보다 다른 학문 전공자가 더 많다. 관광도 기술이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확산돼야 한다.
△박광무=관광업계의 급여체계 혁명도 시급하다. 여행사 중에서 제일 잘나가는 업체의 연봉이 3200만원 수준이다, 최고급 호텔의 연봉도 42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관광기업 인증제’를 도입한다면 좋은 평가를 받은 여행사는 자연스럽게 이미지가 좋아지고 연봉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관광학 전공 졸업자 통계에 의하면 작년 취업률이 50.2%로 낮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이직의 문제점은 있다고 본다.
△이진식=관광은 창조경제의 중요한 동력이고 창조경제의 핵심은 사람이다. 포인트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대학은 우수한 관광 인력을 배출해야 할 책임이 있다. 관광학 졸업자 중 53%는 관광 분야에 취업하지만 2∼3년 후 이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장이 요구하는 능력과 대학 교육의 괴리가 큰 것도 문제다. 대학은 이론중심 교육에 치중하지만 현장은 실무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 차이는 업계에서 재교육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구직자에게 상담해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상담센터도 필요하다. 관광은 융복합화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필요로 한다. 다른 분야의 인재들도 관광산업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관광인력 다변화가 숙제라고 하겠다.
-한국관광의 핵심 키워드는 분산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집중 현상이 심각한데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시킬 수 있겠는가.
△김장실=외국인 관광객들은 아직은 한국이라면 서울을 떠올린다. 지방 도시로는 부산, 제주도, 경주 정도가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각 지자체가 그 지역의 관광 매력을 대외에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관광공사 등은 지역관광의 매력 포인트를 부각해서 세계에 알리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금은 도시 위주의 홍보만이 겨우 이뤄지고 있다. 지방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숙박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긴밀한 협조로 숙박시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 관광자원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이는 노력도 곁들여져야 한다. 우리도 외국을 여행할 때 중국 항저우의 경우처럼 역사적 사건들, 역사적 콘텐츠를 이용한 관광도시들을 찾게 된다.
△박광무=지자체는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개별 관광객를 유치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예약 시스템과 관광정보 시스템 등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 또한 지방에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관광호텔 등 다양한 숙박시설을 갖춰야 한다.
△엄서호=개별 관광객을 위한 게스트하우스 활성화가 좋은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여수엑스포 때는 문화관광해설사가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가 해외에서 최고 인기였다. 이제는 장소보다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업관광 호스트를 지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하겠다.
△김경숙=일본에는 ‘관광 카리스마’라는 사람이 있다. 정부가 지역 관광 발전을 위해 애쓴 사람에게 부여하는 명예직으로 관광지마다 배치돼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을 책임지고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사람을 지정하고 지원해주는 제도를 도입하면 관광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진식=관광 호스트와 게스트하우스 등 ‘관계관광’은 결국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생태관광은 지역 관광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이다. 이는 국민관광으로 직결되어 국민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지방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여행하는 상주형 관광을 위해 국제적 레스토랑도 필요하다.
△김상태=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전 먼저 국내 관광객부터 끌어들여야 한다. 국내 관광들의 불만은 ‘국내 관광은 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관광도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 신선한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이를 여행사나 지자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지방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강조하면서 관광업계에도 창조관광이 중요시되고 있다. 창조관광을 어떻게 실현해 나가야 하는가.
△박광무=창조경제의 핵으로서 창조관광의 역할을 모색해야 한다. 창조관광에서는 수익창출이 필요하다. 생태, 의료, 미용관광 등 관광상품은 관광 현장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즉 창조관광의 열쇠는 현장에 있다. 관광정책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이 필요한 이유다. 아울러 이번 관광진흥확대회의처럼 부처 간 협력과 역할 분담, 그리고 융합을 통해 창조관광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실시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한국인들이 여름휴가를 못 가는 이유로 시간 부족과 마음의 여유 부족을 꼽았다. 대체휴일제 도입은 어떻게 진행돼가고 있는가.
△김장실=기업은 대체휴일제 시행으로 인건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도입에 반대한다. 하지만 국민의 행복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체휴일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한국의 근로자들은 1960년 이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충분한 여가활동은 생산성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휴식을 찔끔찔끔 갖느냐, 아니면 한번에 길게 갖느냐 하는 구체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앞으로 논의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중에 대체휴일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앞장서서 준비하겠다.
정리=박강섭 관광전문기자, 사진=최종학 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