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司正 동시 진행… 재계 “여전히 못 믿겠다”
입력 2013-07-23 18:37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정부 경제팀이 ‘경제민주화 논의 일단락’ 방침을 공식화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여기에 힘을 실어줬지만 재계에선 “여전히 못 믿겠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쪽으로는 경제 살리기를 외치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경제민주화 법제화와 경제사정(司正)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온 정부를 아직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23일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세무조사를 줄이겠다는 메시지는 기업에 긍정적”이라면서도 “기업이 정부 정책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민주화 법안의 처리 속도나 규제 수준이 재검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부총리와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각종 포럼에 참석해 “경제민주화와 세무조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재계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경제팀 교체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궁지에 몰린 현 부총리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제민주화 일단락’이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는 올 상반기 경제민주화 법제화와 경제사정이라는 ‘쌍끌이 공세’에 대한 상처가 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통령이나 경제부총리가 큰 틀에서 어떤 방침을 밝혀도 관련 부처나 정치권에서 전혀 다른 내용으로 입법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제는 정부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투자와 고용 확대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경제민주화 입법과 검찰 조사,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을 주도 내지 용인했다”며 “정부가 기업에 무슨 신호를 주는 것인지 정말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9월 정기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가 정부의 정책 선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 등 기업의 지배구조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미리 정답을 정해놓고 몰고가면 기업이 성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미 처리가 됐거나 논의 예정인 경제민주화 법안에 대한 건의 내용을 정리해 정부와 국회에 전달할 방침이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