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金 대화록’ 증발] 민주당 ‘고의 폐기’ 당사자 지목에… MB측 “터무니없는 얘기”
입력 2013-07-23 18:16 수정 2013-07-23 21:53
‘사초(史草) 실종’ 후폭풍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에 의해 ‘고의 폐기’ 당사자로 지목된 MB(이명박)정부 측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법과 상식의 관점에서 전직 대통령 기록이 보관된 국가기록원에 접근할 수도, 이유도 없었다는 것이다.
‘MB 청와대’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단 한번도 국가기록원 기록에 액세스(접속)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가기록물관리법상 전직 대통령기록물은 한번 보관되면 아예 목록조차 검색하지 못하게 돼 있다”면서 “거기에 뭐가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대화록을 콕 집어내 없앨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MB정부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없애기 위해 참여정부의 ‘이지원(e-知園)’ 시스템을 뒤졌다면 검색 기록이 모두 남는데 그런 게 전혀 없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다른 MB측 인사는 “작년에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소위 ‘서해 NLL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국가정보원 보관본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그걸(대화록 원본을) 없애서 우리가 얻는 실익이 뭐냐. 없앨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MB 측은 민주당의 책임론 제기에 특별히 대응할 이유가 없다는 반응도 내놓고 있다. 대화록 실종으로 궁지에 몰린 문재인 의원과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정도로 여기겠다는 의미다. 전날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당시 국가기록원장에 대한 고소·고발을 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경우 MB정부 초기 국정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봤던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1차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사실확인 차원에서라도 통일비서관이었던 정문헌 의원과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등은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시 국가기록원장 역시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대해 MB 측은 “우리가 대화록을 없앴다고 의심할 만한 단서조차 없는데 어떻게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며 불만의 목소리를 터뜨리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