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3父子 수사] 전재국 ‘연천 허브빌리지’ 차명 구입

입력 2013-07-24 00:59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재국씨가 2004년 경기도 연천 ‘허브빌리지’ 부지를 매입할 당시 시공사 직원을 내세워 차명 계약을 맺은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부지 일부는 대금 지급까지 완료하고도 1년 가까이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몰래 보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재국씨는 2004년 2월 김모(88)씨와 경기도 연천군 북삼리 221번지 땅 1만2873㎡를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 명의자는 재국씨가 아닌 시공사 직원 장모(55)씨였다. 장씨는 계약 후 지분이전 등기까지 접수했다가 “등기에 착오가 발견됐다”며 돌연 소유권경정 등기를 냈고, 재국씨는 1년 뒤인 2005년 4월 소유권을 본인 명의로 이전했다.

주변 땅도 장씨를 통해 차명 계약됐다. 장씨는 2004년 3월 11일 조각가 이모씨에게서 연천군 북삼리 222, 223, 225번지 땅 1만1616㎡와 건물 2채를 매입했다고 등기했다. 그는 이후 가등기까지 접수했다가 두 달 후 등기를 말소했다. 그 무렵 재국씨는 해당 부지와 건물 소유권을 부인과 딸 명의로 바꿨다.

땅 주인 이씨는 “재국씨 측이 ‘전 전 대통령 일가가 바로 땅을 사면 주변에서 말이 나온다’며 직원을 내세워 가등기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까지 다 받았는데 1년쯤 후 재국씨 측이 다시 찾아와 등기 절차를 밟자고 했다”며 “해당 지역이 토지개발지역으로 묶인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명의를 돌려놓으려 했던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도 직원들이 나와서 재국씨는 단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땅값 18억원가량은 모두 1억원짜리와 1000만원짜리 수표로 지급됐다고 한다.

당시 연천 땅 거래는 모두 재국씨 측 미술품 구매 대행자 중 한 명인 큐레이터 한모씨와 파주시 부동산업자 오모씨의 주관 아래 이뤄졌다고 한다.

2003~2004년은 차남 재용씨가 167억원 괴자금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때다. 재국씨는 그해 7월 조세회피 지역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세우고 돈을 송금하기도 했다. 재국씨는 검찰 수사가 잠잠해진 이듬해 연천 땅 8753㎡를 부인 명의로, 2007년에는 5921㎡를 본인 명의로 사들였다.

임진강 인근에 자리잡은 허브빌리지는 일대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재국씨가 부지 매입을 시작할 때인 2003~2004년 북삼리 221번지 공시지가는 ㎡당 892~1140원이었다. 그러나 대지로 형질이 변경되고 토지개발지역으로 묶이면서 현재 공시지가는 ㎡당 11만원으로 100배가 뛰었다.

검찰은 허브빌리지 땅 매입 자금의 원천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땅 매입 자금이 전 전 대통령 은닉 재산에서 유래된 것으로 판명될 경우 땅값 상승으로 늘어난 부분까지 환수가 가능해 수백억원을 추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웅빈 문동성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