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3父子 수사] 全씨 일가 증권거래 전방위 추적… 비자금 뿌리 찾았나
입력 2013-07-24 01:00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 부자 3명에 대해 20년에 걸친 광범위한 계좌추적에 착수한 것은 비자금 은닉과 불법 자금거래의 구체적 범죄 혐의를 포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검찰이 설정한 금융거래 내역 추적 기간은 1993년부터 최근까지로, 93년 제정된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확인 가능한 모든 금융 거래를 들여다보고 이들의 자금이 제3자에게 흘러들어간 정황까지 파악하려는 것이다. 93년은 전 전 대통령이 내란·뇌물죄로 검찰 수사를 받은 95년보다 2년이나 앞선 시점이다.
23일 금융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가 증권가에 범죄 수익을 숨긴 정황은 이미 파악했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대출·연결·가상계좌를 포함한 입출금 거래 내역, 대여금고 현황, 추적대상 계좌 일체 등을 개별적으로 요구했다.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불공정 거래 등을 조사할 때도 거래 유무 정도는 확인한 뒤 금융거래 정보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각 증권사에 보낸 압수수색영장의 별지에 전 전 대통령과 두 아들을 ‘피의자’로 명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무원범죄몰수특례법이 최근에 제정된 터라 형사사법 시스템에 아직 ‘피집행자’ 항목이 없어 부득이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사실상 마지막 단계의 입증만 남겨두고 있을 뿐 계좌 개설 여부나 자금 동향 등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증권사들에 보낸 금융거래 정보 제공 요구서에서 ‘귀사에 개설된 계좌와 관련해 조속히 회신해 주기 바란다’고 했다. 금융투자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정보를 취합하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대신 직접 증권사들에 영장을 포함한 공문을 보내 신속한 회신을 당부하는 등 속도전에 나선 것도 이러한 해석을 뒷받침한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 일가의 금융거래 정보에 대해 협조를 요청한 사항이 없다”며 “아직 금감원에는 포괄적 계좌추적권이 없기 때문에 직접 접촉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은행권보다 유동성이 높고 모니터링은 쉽지 않은 증권가가 ‘검은돈’을 숨길 장소로 유리하다는 의견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식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자금이 움직이더라도 쉽게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은행보다 ‘검은돈’ 이용에서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해외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뒤 ‘검은머리 외국인’을 이용해 국내에 재투자하는 자금세탁 등도 당연히 주식시장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은닉 재산이 증권가에 있다면 무기명채권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특수하고 복잡한 금융상품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증권사 업무 영역으로 볼 때 검찰이 각종 특수채권 보유 정황을 잡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