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통신 “北, 카터 前대통령 초청”

입력 2013-07-23 18:10

북한이 오는 27일 정전 60주년 기념일(북한 명칭 전승절)을 앞두고 대화 공세에 나서고 있다.

교도통신은 23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정부의 초청을 받아 평양 방문을 검토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방북 여부를 놓고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케리 국무장관 등과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도 초청한 상태라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북한의 카터 전 대통령 초청은 북·미 당국 간 양자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대화공세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주 반공화국 범죄 혐의로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가 보낸 편지가 미국 워싱턴주 애드먼즈에 사는 가족에게 보내졌다. 배씨의 편지가 북한 당국의 승인 없이는 미국에 도착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배씨 석방문제를 지렛대 삼아 미국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됐다.

카터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북 시기와 면담 상대 등은 불투명하지만 방북이 성사되면 배씨의 석방 등 인도주의적 현안과 함께 북핵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94년 북한 핵개발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 국면을 완화하기 위해 미국 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방북, 김일성 당시 주석과 면담했다. 이후 2010년 8월 방북해 불법 입국죄로 북한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 아이잘론 말리 곰즈씨를 데리고 귀국했다.

이와 관련해 조태용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검토 보도에 대해 “아직 (그런 사실을) 들은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정전 60주년 행사를 앞두고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해외 인사들의 발걸음이 본격화됐다. 북한 국적 항공사인 고려항공은 최근 하루에 한 편씩 매주 5일 운행되던 평양∼베이징 항공편을 하루 2편 이상으로 늘렸다. 미국, 일본 등의 신문·방송 기자 100여명을 실은 고려항공기는 24일 오후 평양으로 향한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호주, 몽골, 인도네시아, 스웨덴,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의 정부 인사들이 평양에 도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