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중세시대?… 왕실 열광하는 21세기
입력 2013-07-23 17:55
‘로열 베이비’의 탄생에 영국 왕가보다 더 들뜬 곳이 있다면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의 언론들이다. 이들은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의 출산 이전부터 병원에 진을 치고 추측성 기사를 쓰는가 하면 출산의 경제 효과를 분석하기도 했다. 현재는 아기 이름과 장난감, 그 부모의 달라질 일상, 왕실의 역사 등 모든 것이 관심거리가 됐다.
왕궁 앞에 게시된 아기 탄생 공고문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는 물론 왕세손 부부의 평소 모습을 담은 사진과 강보에 싸인 아기 이미지까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속속 타전된 것은 물론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 편집진은 “베이비 케임브리지, 환영합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태어난 뒤부터 참 많은 것이 변했어요”라는 인사말을 적기도 했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윌리엄·케이트 부부가 처음 직면한 부모 역할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첫 아이 출산은 부모 양쪽에 즐거움과 어려움을 준다고 전한 뒤 아이와의 스킨십이 산모와 아이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보도했다. 산모 건강법과 스트레스 대처법도 상세히 전했다. 임신·육아에 관한 아무 책이라도 펼치면 나올 법한 내용으로 기사가 꽉 찼다.
CNN은 22일 오후(현지시간) 출산이 임박했을 당시 “왕자 혹은 공주(Prince or Princess)”라는 리포트를 해 눈길을 끌었다. 탄생 후에는 왕실 인사들의 반응과 영국의 축제 분위기, 예상 이름 등을 속보로 전하고 있다.
21세기에, 그것도 민주주의로 화석처럼 변한 왕실에 이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영국 왕실 전문가인 하버드대의 마야 재서노프 역사학 교수는 뉴욕타임스에 “왕실은 권위를 잃은 국가에 연속성을 부여하고 사람들에겐 과거의 영광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는 2차 대전을 겪은 역사의 증인으로 근대 영국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연속성이라는 면에서 아기의 탄생은 역사에 안정을 더하게 된다. 1900년대 초 빅토리아 여왕 시대가 종말을 고하면서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의 위상도 함께 스러질 무렵 왕실을 스타로 만들어온 영국 정부와 영국 언론들의 의기투합도 한몫해왔다는 분석이다. 같은 섬나라인 일본이 자국 왕을 천황으로 떠받들어 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