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헤즈볼라 테러단체 지정”
입력 2013-07-23 17:56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유럽에서도 테러단체로 지정된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반겼지만 국제사회에서 입지가 좁아진 헤즈볼라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AP통신 등은 22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외무장관 회의에서 EU 28개국이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국가는 헤즈볼라가 유럽에서 테러를 벌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 만장일치로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즈볼라가 테러단체로 지정되면 EU는 유럽 내 헤즈볼라 자산을 동결하고 주요 인사의 입국을 거부하는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 제재가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는 이슬람 시아파 무장 조직이자 레바논 연립 정부에 참여한 정당이다. 이들로부터 테러를 받아온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EU에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미국은 1997년 헤즈볼라를 테러단체로 지정했다. 레반논을 포함한 주변 아랍국과의 관계 때문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던 EU 국가들은 지난해 7월 불가리아에서 벌어진 테러를 계기로 입장이 변했다. 당시 이스라엘 관광객 5명이 버스 폭발로 숨진 사건에 헤즈볼라가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EU의 이번 결정에 대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유럽 사법당국이 헤즈볼라의 모금, 정보수집, 테러모의 활동 등을 엄중히 단속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대통령도 “테러단체·국가에 ‘살상 행위는 용인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EU가 이스라엘의 요구에 무릎 꿇은 결과”라며 “호전적이고 부당한 EU의 결정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