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않고… 방관하고… 학교폭력 대책 효과가 없다
입력 2013-07-23 18:00 수정 2013-07-23 21:47
정부는 23일 총리실·교육부 등 12개 부처 합동으로 ‘현장중심 학교폭력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3월 경산 고교생 자살 사건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정부는 2011년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이듬해 2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을 발표했다가 1년여 후인 지난 3월 경산 고교생 자살 사건이 발생하자 또 한번 학교폭력 대책을 내놨다. 자살 사건이 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유사한 정부 대책이 얼마나 학교폭력을 근절할지는 의문이다.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에 고통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와 교사는 적절한 상담역이 되기는커녕 학교폭력을 은폐하려 하고, 학교폭력을 목격한 또래 친구들은 방관하고 있었다. 피해 학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117신고센터는 현장에서 외면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4월 실시된 조사 결과 지난 학기(2012년 2학기)에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했다는 학생은 9만4000여명, 가해를 해봤다는 응답은 4만7000여명이었다. 학교폭력을 본 적 있다는 대답도 31만7000여명으로 여전히 학교폭력이 학교에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매주 1∼2회 빈도로 4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각한 피해’의 경우 6만4000여건이나 됐다.
피해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학교·교사와 상담하는 비율은 20.4%에 불과했고, 117신고센터 이용 비율은 2.9%에 그쳤다. 학교폭력을 당해도 아무에게 알리지 않는 비율이 19.2%나 됐다. 학교폭력을 봤다고 응답한 학생 가운데 28.9%는 ‘모르는 척한다’고 답했다. 그동안 또래 조정 프로그램 등을 운용해 온 정부의 대책이 학교 현장에서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학교폭력 연루 사실의 학생부 기재를 완화한 것이다. 학생부에 기재한 뒤 보존하는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단축했다. 다만 졸업사정위에서 기재사항 삭제 여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하면 학교는 학폭위를 개최해 가해자의 반성 여부, 긍정적 태도변화 등을 판단해 졸업 후 삭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급과 대안학교가 확대되고, 학교폭력 예방 교육인 ‘어울림’ 프로그램이 2017년까지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보급된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